재단 대표는 조사에서 제외한 건보공단 부실 탓
다른 불법 요양병원에서도 공범 처벌 피했을 듯
불법 급여 환수비율 연 2~10% 그치는 데 일조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75)씨는 올해 7월 불법 요양병원을 개설ㆍ운영한 혐의로 징역 3년을 받아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해당 요양병원을 세운 공범 4명 중 최씨를 뺀 나머지 3명은 2014년 수사선상에 오른 뒤 이듬해 징역형이 선고되는 등 이미 법적 처벌을 받았다. 이 때문에 당시 검찰 고위직에 있던 윤 전 총장의 입김이 작용한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그뿐이었다. 6년이 지나 최씨만 법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경위가 밝혀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허술한 조사 및 수사 의뢰 관행이 결정적 이유였다.
병원 소유한 재단 대표 최씨만 조사 안 해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2014년 경기 파주시 M요양병원이 실제로는 비의료인에 의해 운영되는 속칭 ‘사무장 병원’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은 의료인만 설립할 수 있어 사무장 병원은 엄연한 불법이다.
합동 조사에 착수한 공단과 경찰은 요양병원 대표 A씨와 병원 실소유주이자 경영자 B씨 부부 등 3명을 의료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당시 최씨는 뚜렷한 직책이 없었지만, 요양병원을 소유한 의료재단의 공동대표였다. 병원이 버는 돈이 재단으로 고스란히 들어가는 구조라 당연히 최씨의 범죄 연루 가능성이 컸으나 어찌된 일인지 그는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최씨의 불법 행위는 공범 3명을 재판한 대법원이 의료재단 대표가 조사를 받지 않은 점을 의아하게 여겨 수사를 의뢰한 뒤에야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원인은 건보공단이 수사 의뢰 대상자를 가려내는 절차에 있었다. 공단은 지금까지 요양병원의 불법 여부를 들여다볼 때 병원의 실제 주인인 재단은 아예 제외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요양병원 개설 신고서만 보고 병원 대표 등만 기계적으로 조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허술한 시스템, 처벌 피한 공범 양산
이런 느슨한 조사로 지금까지 적발된 다른 불법 요양병원의 공범들도 숱하게 처벌을 피했을 게 자명하다. 더 큰 문제는 구멍 난 시스템이 불법 요양병원이 부정 수급한 요양급여(건강보험금) 환수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병원 개설자들이 환수에 협조하지 않으면 건보공단은 이들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 대상에서 누락돼 소송 걸 사람이 적어지면 그만큼 환수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불법 요양병원이 타간 부정 급여 중 공단이 돌려받는 환수율은 매년 2~10%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혈세가 줄줄 새는 데는 공범들이 법망을 빠져 나가도록 방치한 공단의 부실 시스템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32억4,130만 원을 빼돌린 M요양병원 역시 여태껏 환수된 돈은 한 푼도 없다. 가뜩이나 최씨가 앞서 4월 건보공단을 상대로 부당이득 환수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탓에 앞으로도 부정 수급액을 국고에 귀속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현행 건보공단 조사 시스템은 형평성뿐 아니라 부당이득 환수도 어렵게 하는 등 문제가 명확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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