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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여성도 성소수자도…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설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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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여성도 성소수자도…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설치해주세요"

입력
2021.10.09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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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찾아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교정 곳곳에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었다. 올해 5월 출범한 성공회대 제36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누구나 자기 집의 화장실처럼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설치해달라고 대학본부에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훈 비대위원장을 만나서 모두의 화장실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대위는 버튼을 눌러서 전동장치로 문을 여닫는 1인용 화장실을 구상한다. 사용하는 동안에는 문이 잠겨서 다른 사람이 출입할 수 없다. 전동휠체어가 자유롭게 회전할 정도로 넉넉한 공간에 세면대와 좌변기가 함께 설치된다. 이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몇 살인지, 인종이 무엇인지, 성별 정체성이 무엇인지, 장애가 있는지와 완전히 상관없이 집에 있는 화장실처럼 혼자서 쓰는 화장실을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이훈 성공회대 제36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서 '모두의 화장실'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마스크는 사진 촬영을 위해서 잠시 벗었다. 고영권 기자

이훈 성공회대 제36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서 '모두의 화장실'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마스크는 사진 촬영을 위해서 잠시 벗었다. 고영권 기자


바꿔 말하면 현재 성공회대에 설치된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구성원이 있다는 이야기다. 먼저 학내에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는 건물이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이 화장실을 가려고 비를 맞으면서 건물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트랜스젠더 학생이 다른 학생들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온종일 용변을 참는 경우도 있는데 매일처럼 벌어지는 상황을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비대위원장은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는데 화장실 쓰는 것을 너무나 힘들어한다”면서 “매일 10시간씩 화장실 가는 것을 참다가 방광염이 심해져 응급실에 간 학생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일단 학내에 한 곳만이라도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하자고 대학본부에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학생복지처장을 비롯해 일부 교수들이 지지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대학본부는 학내 의견부터 수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총학생회 선거에서 모두의 화장실이 공약으로 나왔는데 반대 의견이 많아서 선거가 보이콧됐다”면서 “학내에 반대 여론이 많은 만큼 논의하고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학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가 6월에 진행했던 여론조사에서는 참여자 502명 가운데 43%가 긍정적 입장, 53%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논리적으로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개인의 신념에 따라서 공격적으로 항의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애초에 성소수자를 위한 화장실로 콘셉트가 잡혀서 (반발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 이 비대위원장은 ‘인권과 평화의 대학’을 슬로건으로 내건 성공회대 대학본부가 학내 반대 여론을 이유로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유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대학본부가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합의를 만들어와라’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교수들이 직접 나서서 이 화장실이 우리의 공동체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합의를 만드는 과정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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