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책임 회계사 첫 언론 인터뷰>
공공·민간 자산관리사 공동출자 대신
대장동만 민간 사업자에게 관리 맡겨
"설립 부분 일반적 내용 특이사항 없어"?
"성남시 이익 많이 확보하는데만 신경"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과 달리, 다른 지자체가 추진한 민관합동 개발 공모지침서에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출자한 자산관리회사(AMC)가 자금관리를 하도록 명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동 사업에서만 화천대유 같은 민간 사업자가 AMC 관리를 맡도록 해 '특혜 의혹의 씨앗'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 책임자였던 김모 회계사는 이와 관련해 처음으로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전략사업팀장이었던 김 회계사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공모지침서 작성은 우리 팀 내 주무팀장(정민용 변호사·당시 전략사업팀 내 사업투자파트장)이 주도했고, 본부장(유동규·당시 기획본부장)에게 직보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나는 주무팀장에게 보고받았지만 (AMC 설립 요건 등에 대해선) 일반적인 내용이고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왜 대장동만 AMC 설립 공사 출자 배제했나
민관합동 개발에선 사업의 '몸통' 역할을 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이 필수적이다. SPC는 직원을 둘 수 없는 서류상 회사라 자금관리와 실질적 사업 수행을 위해선 '팔다리' 역할을 할 AMC가 있어야 한다. 대장동 사업의 경우 화천대유가 AMC역할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화천대유가 AMC에 선정될 수밖에 없도록 공모지침서가 작성된 정황이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캠프의 '대장동 게이트 TF'에 따르면 성남도시공사가 2015년 2월 발표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제13조에는 '자산관리 업무는 사업신청자 구성원 중 1인을 선정해 위탁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2013년 의왕 백운밸리, 2016년 김포 풍무역세권, 2019년 창원 복합행정타운 등 대장동 사업을 전후해 다른 지차제에서 진행된 도시개발사업 공모지침서에선 자산관리회사를 공사와 민간사업자가 공동 출자하도록 정하고 있다. 공사가 AMC 운영에 일정 부분 관여할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한 다른 곳과 달리, 대장동에선 공사의 출자 참여를 아예 배제한 것이다. 유승민 캠프 측은 화천대유가 1% 지분으로 거액을 배당받을 수 있는 특혜 구조가 여기서부터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공모지침서 작성 정민용 주도, 유동규에 직보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작성에 관여한 인물은 당시 개발사업을 진두지휘한 유동규(52) 본부장과 전략사업팀장이었던 김모 회계사, 전략사업팀 내에서 투자사업파트장을 맡았던 정민용(47) 변호사가 꼽힌다.
성남도시공사는 민간 사업자 선정을 5개월 정도 앞둔 2014년 10월 기획본부 산하에 전략사업팀(현 전략사업실)을 신설하며 변호사와 회계사를 전문계약직으로 신규 채용했는데 이때 정 변호사와 김 회계사가 입사했다.
정 변호사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로 배당금 1,007억 원을 챙긴 남욱(48) 변호사의 서강대 후배이고, 김 회계사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로 배당금 644억 원을 받은 정영학(53) 회계사와 같은 회계사무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 이른바 '유동규 별동대'가 화천대유의 AMC 선정을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처럼 얽히고설킨 '민관합동 인맥' 때문이다.
김 회계사는 이에 대해 "전략사업팀이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공모지침서도 작성해, 부서 실무책임자로서 내가 보고받은 건 맞다"면서도 AMC 설립 요건 등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는 "공모지침서는 보안이 중요해 팀원 접근을 최소화했고 나 역시 완성되기 전까지는 하드카피 파일 하나 갖고 있지 않았다"며 "세세한 부분은 주무팀장(정민용)이 주도했다. 정 팀장이 내게 (AMC 설립 요건을) 보고하며 뭘 넣을지 뺄지 논의한 적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회계사는 "주무팀장이 본부장(유동규)에게 직보(직접 보고)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그쪽(정민용)에 물어봐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회계사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와 같은 회계법인 출신이라는 것에 대해선 "다른 회계법인으로 이직한 뒤 그만두고 개업까지 했지만 일이 맞지 않아 고민하던 중 성남도시공사 채용 공고를 보고 입사 원서를 낸 것"이라며 "정영학 회계사와 최근에 연락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성남도시공사가 초과 수익 환수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소수의 민간 사업자가 수천억 원의 배당 이익을 챙겼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회계사는 "당시 사업성 분석에 따른 각종 수치를 토대로 성남시가 많은 이익을 사전에 확보하라는 방침을 이행한 것뿐"이라며 "위법성이 있었다면 감사원에 이미 적발됐을 것이다. 사정기관의 판단을 받겠다"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