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탓 아니다, 중앙정부 과욕이 자초한 중국 전력난... “연말까지 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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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탓 아니다, 중앙정부 과욕이 자초한 중국 전력난... “연말까지 갈 수도”

입력
2021.10.03 16:55
수정
2021.10.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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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중국 전력난 왜]
호주 석탄 감소분 전체 생산량 0.5% 불과
규모 작고 자동화율 낮아 단기 증산 한계
에너지 소비 ‘이중통제’의 덫으로 옥죄어
‘문책’ 엄포에 지방에서 정전, 단수 잇따라
석탄공급↑ 전기료↑위기극복 총동원령

지난달 29일 정전으로 어두워진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식당에서 한 남성이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선양=AP 연합뉴스


중국의 전력난이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 때문일까. 호주를 ‘신발 밑에 붙은 껌’으로 폄하해온 중국으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다. 이제 중국은 온갖 수치를 제시하며 “호주에 결코 휘둘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신 중앙정부 방침을 소홀히 한 지방정부의 패착으로 돌리며 “에너지 수급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호주 석탄 ‘0’...수입 감소분, 생산량의 0.5% 불과

1~8월 중국이 수입한 국가별 석탄 규모. 노란색은 2020년, 빨간색은 2021년 수치. 호주의 경우 수입 중단으로 지난해 7,043만 톤에서 올해 '0'으로 줄었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중국은 지난해 석탄 생산 39억 톤, 수입 3억 톤으로 42억 톤을 확보했다. 소비량(40억 톤)을 웃도는 수준으로, 수급에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호주와의 관계 악화로 올해 들어 석탄 수입이 끊겼다. 지난해 수입량 7,043만 톤이 올해는 ‘0’으로 바뀌었다.

호주산 석탄 부족분을 메워야 했다. 이에 중국은 올 1~8월 인도네시아(+1,958만 톤), 러시아(+1,415만 톤), 미국(+498만 톤) 등 다른 국가의 석탄 수입을 늘렸다. 수입선에서 제외했던 남아공 석탄도 438만 톤을 새로 들여왔다. 8월만 놓고 보면 석탄 수입이 지난해보다 36% 증가했다.

월별 석탄 수입량. 올해 8월의 경우 지난해보다 36%가량 늘었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이를 통해 중국은 수입 석탄 1억9,700만 톤을 확보해 전년 동기 대비 2,000만 톤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중국 석탄 총생산량(39억 톤)의 0.5%에 불과하다. 더욱이 중국은 이미 올 6월까지 석탄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억1,000만 톤 늘렸다. 자체 생산량 증가 폭이 수입량 감축보다 크다. 인민망은 “중국은 기본적으로 석탄을 자급하기 때문에 수입 석탄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금융계는 “석탄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력난과 겹쳐 호주 변수가 과대평가됐다는 주장이다.

규모 작고 자동화율 낮아 단기간 증산 한계

중국 석탄 생산량


문제는 석탄의 가격이었다. 7, 8월 여름철은 그렇다 쳐도 올해는 중국 남부지역에서 9월에도 더위가 지속돼 전력소비가 급증했다. 이에 맞춰 석탄 수요가 늘면서 발전용 석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올 8월까지 중국 전력생산에서 화력발전 비중은 71.9%로 수력(14.1%), 풍력(6.8%), 원자력(5%), 태양열(2.2%)을 크게 웃돈다. 경기회복에 따라 해외 전력 수요도 함께 증가해 중국의 석탄 수급난을 부채질했다.

중국 석탄 소비량


규모가 작고 자동화 비율이 낮은 중국 석탄산업의 구조적 한계가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지난해 중국 상위 8개 석탄기업의 생산량은 18억5,000만 톤으로 전체 생산량의 48%에 그쳤다. 채굴과정의 자동화율은 굴진 65%, 채탄 85%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단기간에 석탄 수요가 증가해도 미리 정한 목표치를 초과해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은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에서 대책을 내놓았다. 전국 탄광을 4,000개 이내로 통제하고, 자동화 채굴장을 1,000개 이상 건설하기로 했다. 또 1,000만 톤급 갱도를 65개 조성하고 연 생산량이 10억 톤을 초과해 세계 일류 경쟁력을 갖춘 석탄 기업을 3~5개 육성할 방침이다.

에너지 소비 ‘이중통제’의 덫

중국 전력 발전량 비중


중국 중앙정부의 의욕적인 에너지 정책이 전력난에 대응할 스스로의 입지를 좁혔다. 2015년 10월 공산당 18기 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8기 5중전회)는 “에너지 소비 이중통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017년 1월 국무원은 ‘에너지 절약 및 오염물질 배출감소 종합방안’을 통해 각 지역별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지방정부의 이행을 강조했다.

‘이중통제’는 에너지 소비 총량과 강도를 동시에 줄이는 것이다. 다만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절대 총량을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초점은 에너지 강도, 즉 단위 GDP당 소비하는 에너지 양을 줄이는 데 맞춰졌다. 같은 양의 GDP를 높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 집약도를 낮추는 것이다.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지난달 27일 직원들이 송전선에 올라가 배선 작업을 하고 있다. 우시=AFP 연합뉴스


중국은 2020년 에너지 소비 강도를 2015년 대비 15% 낮췄다. 2025년 목표는 2020년과 비교해 13.5% 감소로 잡았다. 외교 소식통은 3일 “중국은 2030년을 탄소배출 정점으로 밝힌 터라 그때까지 에너지 총량 규제는 단계적으로 증가 폭을 둔화시키는 데 그치되 에너지 강도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은 전력사용량이 많다. 따라서 서비스업을 활성화해야 에너지 강도를 낮추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중국의 올 상반기 3차 산업 비중은 55.7%로 지난해 56.8%보다 오히려 더 줄었다. 그사이 에너지 생산은 지난해보다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8% 안팎인 올해 경제성장을 감안하면 GDP를 늘릴 때마다 소요되는 에너지량을 급속히 줄여야 한다. 현재 중국 산업구조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책’ 엄포에 지방에서 정전, 단수 잇따라

중국 각 지역의 올해 상반기 에너지 소비 이중통제 목표 달성 현황. 왼쪽은 에너지 강도 절감, 오른쪽은 에너지 총량 절감 성과를 표시했다. 녹색은 부합, 노란색은 심각, 빨간색은 매우 엄중함을 의미한다. 중국 제조업 허브 광둥성(위에서 네 번째)의 경우 두 가지 기준 모두 빨간색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참고.


이 같은 구조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중앙과 지방의 불협화음에 불을 지폈다. 8월 12일 ‘2021년 상반기 각 지역의 에너지 소비 이중통제 목표 달성 현황’을 공개했는데, 에너지 총량과 강도 모두 절감 기준에 부합한 성(녹색)은 10개에 불과했다. 광둥성, 장쑤성 등 7개 성은 두 가지 모두 기준을 크게 밑돌아 ‘매우 엄중(빨간색)’ 경고를 받았다. 후베이성은 에너지 총량에서 빨간색으로 분류됐다. 이들 3개 성은 중국 제조업의 핵심 지역이다.

남동부 저장성과 동북지역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등 10개 성은 에너지 강도 절감 기준에 못 미쳐 ‘심각(노란색)’으로 분류됐다. 2019년 에너지 이중통제 기준에 못 미치는 지역은 네이멍구성 한 곳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발개위는 지난달 “점검 결과를 성급 인민정부 지도부에 대한 평가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며 “목표 초과 달성 지역은 인센티브를 주고 목표에 못 미치는 지역은 책임자를 문책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중국 친황다오항을 통해 수입하는 석탄 가격 변동 현황. 지난해는 완만하게 유지돼다 연말 연초 상승세를 거쳐 올해 4월 이후 꾸준히 치솟고 있다. 중국정부망


발개위 기준에 맞추기 위해 지방정부는 전력사용 총량을 제한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동남부지역 제조업 벨트는 공장 가동을 멈췄고, 동부지역은 갑작스러운 정전과 단수 조치로 주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했다. 석탄 가격이 오르는 데도 전기료는 묶여 있는 탓에 1㎾h를 생산할 때마다 0.15위안(약 28원)을 손해 봤다. 중국 전력 관련 기업의 8월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5% 줄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전력난으로 중국 제조업의 44%가 피해를 입었다”며 “올해 중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8.2%에서 7.8%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석탄 공급 늘리고 전기료 올리고…위기 극복 총동원령

중국 장쑤성 난징의 석탄화력발전소 냉각탑 위로 지난달 27일 수증기가 분출되고 있다. 난징=AP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지난달 30일 “그 어떤 정전사태도 용납할 수 없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력 공급을 확보하라”는 한정 부총리의 지시를 전했다. 중국 공산당 서열 7위인 한 부총리는 중국 에너지 부문과 산업생산을 관장하고 있다. 국유기업을 감독하는 하오펑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은 1일 국가전망(우리의 한전)을 찾아 “중앙의 요구를 착실하게 이행해 현재 상황은 물론 올겨울과 내년 봄까지 전력공급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에서 전력 제한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최소 20개 성이 넘는다.

중국 국가전력투자그룹은 긴급회의를 열어 “석탄 공급을 늘려 동북지역 송전을 확대하라”고 산하기업을 재촉했다. 서부 신장지역의 경우 “올 9월까지 다른 지역으로 보낸 전력량이 지난해보다 22.4% 증가했다”며 “일부 성이 처한 전력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외부에 지원할 전력을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당초 2023년 완공 예정인 쓰촨성 량허커우 수력발전소 조기 가동에 들어갔다. 연간 110억㎾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다.

2019년 11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석탄화력발전소 앞으로 오성홍기를 매단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하얼빈=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제조업 허브인 광둥성은 피크타임 산업 전기료를 25% 올렸다. 중국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아직 가정용 전기요금은 손대지 않았다. 광둥성을 관할하는 남방전력망은 “전력소비가 2019년 대비 20% 늘었다”면서 “질서 있고 최적화된 전력공급을 보장해 민생과 사회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위기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달 말 또는 내달 초까지는 충분한 에너지 공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오핑주 JP모건 글로벌시장 전략전문가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중국 지방정부의 부담이 여전해 전력난은 연말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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