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현상 최대한 늦추기 위해?
간결한 스윙으로 타격 폼 변화
‘8월 타율 0.154, 홈런 2개 → 9월 타율 0.253, 홈런 5개’
KBO리그 대표 홈런왕 박병호(35ㆍ키움)에게 지난달 찾아온 성적 변화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긴 부진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상 '에이징 커브'를 받아들이며 타격 폼 변화를 모색한 결과다.
박병호는 지난달 4일 SSG전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감을 찾기 시작하더니, 16일 한화전부터 10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30일 KIA전에도 시즌 최다인 4안타와 결승타를 치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박병호가 중심 타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박병호의 타격감이 살아나는 점이 고무적이다”라고 치켜세웠다. 4번타자 박병호의 부활은 치열한 순위 경쟁 중인 5위 키움에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KBO리그 홈런왕을 통산 5차례(2012~15년, 2019년)나 차지했고, 빅리그까지 경험한 대표 홈런타자였다. 그러나 지난해 타율 0.223, 21홈런, 66타점으로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내더니 올해까지 급격한 하향세를 보였다. 그는 “단 한번도 포기한 적 없다”면서 절치부심했지만, 8월에는 타율이 1할대까지 떨어졌다. 생애 2번째 자유계약선수(FA)를 앞둔 부담감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박병호는 30일 경기 후 "누가 봐도 납득이 안 될 텐데 FA는 크게 생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병호의 변화는 현실을 받아들인 지난달부터 찾아왔다. 그는 “몸 상태에 맞게 타격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는 용납이 안 되지만 맞다고 생각해 변화를 줬다. 마음가짐부터 바꾸기 위한 시간이 든 게 사실이다”라고 고백했다. 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면서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에이징 커브 현상을 인정한 것이다.
박병호는 빠른 볼에 타이밍이 늦어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 타격 준비 때 테이크백을 짧게 하는 등 간결한 스윙으로 타격 폼을 바꿨다. 그는 “좀 더 간결해져야 한다고 느꼈다. 이전에는 힘 있는 스윙을 하면서 빠른 공에 대처가 됐다면, 지금은 힘은 있지만 타이밍이 늦는다. 보다 간결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뿐만 아니라 레전드 타자들도 겪었던 일이다. 대부분 30대 초중반을 넘어서며 나타나는 노화현상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타격 폼 조정을 거쳐 현역 생활을 연장했다. 이승엽(SBS스포츠 해설위원)의 경우 늦어진 몸의 반응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특유의 타격 폼인 레그킥을 포기한 것뿐만 아니라 방망이 그립 위치, 헤드 높이, 디딤발 위치 등을 수정하며 41세까지 현역 생활을 했다.
박병호는 간결한 스윙으로 바꿨지만 장타력은 살아 있었다. 올 시즌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6월처럼 지난달 5개를 치며 14타점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간결하게 하려면 욕심을 안 부려야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잘 맞을 때 스윙이 커져 슬럼프가 온다. 그런 통제를 스스로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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