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더해?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 높인 영향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와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낮추기 위해 대출금리를 높인 결과다. 향후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총력전을 벌이면서 앞으로 대출금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대출 금리, 21개월 만의 최고치
30일 한은이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8월 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월(2.98%) 대비 0.12%포인트 급등한 3.1%였다. 이는 2019년 7월(3.12%) 이후 2년 1개월 만의 최고치다. 증가폭도 2016년 11월(0.12%포인트 상승) 이후 약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8월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97%로 집계돼, 전월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전년 동월(2.86%)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1.11%포인트가 급등한 것이다. 최근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2019년 6월(4.23%) 이후 2년 2개월 만에 ‘4% 금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전월 대비 0.07%포인트 오른 2.88%를 기록했다. 이 역시 2019년 5월(2.93%) 이후 2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특히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500만 원 이하 소액대출 금리는 전체 가계대출 평균금리 상승폭에 3배에 가까운 0.33%포인트 급등한 4.97%로 집계됐다.
금리가 급등한 결과, 가계대출 중 상대적으로 고금리 비중은 늘어나고, 저금리 비중은 감소했다. 전년 동월 절반을 넘겼던 ‘2~2.5% 미만’ 금리 비중은 1년 만에 12%로 대폭 축소된 반면에, 4.5%에 불과했던 ‘3~3.5% 미만’ 금리 비중은 22.9%까지 확대됐다. 금리가 상승한 탓에 더 이상 초저금리로 대출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진 셈이다.
금리, 앞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급등세를 보인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시중은행의 대출 옥죄기 조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달 26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선제적으로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 등이 상승했다. 이어 실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서 예금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금리도 더욱 오르게 됐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 팀장은 “금리 인상 기대감은 8월에 영향을 미쳤지만 실제 인상 영향은 9월 이후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5~6%)를 맞추기 위해 우대금리는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높이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금리를 올리면, 차주의 이자 부담을 늘리기 때문에 은행들로선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리 인상에도 불구 “현재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으며, 금융당국 역시 내년 이후에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강도 높은 규제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시장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진 동시에,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금리 상승 역시 불가피한 환경”이라며 “앞으로 가계대출 금리는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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