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원 사퇴... "정부 탄소중립 의지 있는지 의문"
내달 말 2050탄소중립시나리오 최종안 발표를 앞둔 탄소중립위원회가 휘청대고 있다. 급박하게 만들어지고 논의를 이어나가다 보니 논의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이 때문에 내부 위원들이 줄사퇴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애초 불과 5개월 만에 국가 미래를 책임질 시나리오를 만들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탄중위, 민간위원을 절차적 정당성 확보 도구로 이용"
김선명 교무(원불교), 백종연 신부(가톨릭), 법만 스님(불교), 안홍택 목사(개신교) 등 민간위원으로 탄중위에 참여하고 있는 종교계 인사들은 30일 서울 종로구 탄중위 사무실 앞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과의 소통에 관한 부분은 물론, 탄중위 구성과 운영에서 숙의민주주의의 함의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민간위원 참여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및 절차적 정당성 확보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위원 사퇴는 지난달 유일한 10대 위원이었던 오연재 기후활동가 이후 두 번째다.
종교위원들은 이어 "탄중위는 민·관이 함께하는 심의기구임에도 정부 쪽 위원장인 국무총리와 18명의 국무위원은 출범 직후 열린 전체회의 이후 단 한 차례도 함께 한 적이 없다"고 일갈하며 "정부에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탄중위는 국무총리와 민간공동위원장, 당연직 정부위원 18명과 분야별 전문위원 77명으로 구성돼 있다.
탄중위 관계자는 "몇 십 년에 걸쳐 논의해야 할 사안을 한두 차례 얘기하고 말이 안 통한다고 해서 등을 돌리는 건 우리사회가 숙의 공론에 익숙하지 않다는 반증"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출범 때부터 우려 눈초리
탄중위에 대한 졸속 우려는 출범 때부터 쏟아졌다. 국민적 공감대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사안인데, 가장 기본적인 소통 수단인 인터넷 홈페이지는 이달 초에야 만들어졌다. 출범 2개월 만에 내놓은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시나리오 공개 뒤 이뤄진 각계 의견수렴과정에서도 '탄소중립을 뒷받침한 기술과 재정 문제에 대해 하나라도 구체적인 얘기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숙의민주주의를 하겠다며 만 15세 이상 500명으로 구성한 시민참여단 운영 방식도 비판 대상이다. 이들은 한 달여간의 교육을 거쳐 지난 11, 12일 대토론회를 가졌다. 하지만 총 교육시간은 5시간 47분에 그쳤고, 강사진 대부분이 탄중위원 또는 정부 산하기관 연구원으로만 구성돼 기존 탄중위 시나리오의 반복뿐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졸속 진행에 뜻밖의 모순된 결과 도출... "탄중위 구성부터 다시 해야"
이 때문인지 시민참여단에 대한 네 차례 설문조사 결과 또한 논리적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확보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탄소중립을 빨리 달성해야 한다는 의견은 갈수록 늘고 있는 데 반해, 탄소중립 때문에 삶의 질이 낮아지는 걸 감수하겠다는 응답은 낮아졌다. 재생에너지 발전 또한 그 자체는 동의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안 된다는 의견이 높았다.
이 때문에 이참에 아예 탄중위 구성을 다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탄중위원은 "기술적 검토와 사회경제적 검토 등을 나눠서 한 뒤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지금은 업종별로만 나눈 데다 위원 수가 100명에 가깝다 보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탄소중립은 기술발전뿐 아니라 사회전반을 짚어야 하는데 지금 구조나 논의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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