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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한 우물 결실’ 한국 개발 에이즈 신약 1조 원 중국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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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한 우물 결실’ 한국 개발 에이즈 신약 1조 원 중국 시장 진출

입력
2021.09.30 18: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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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 손종찬 박사, 95년 처음 연구 시작
韓신약개발기업·中제약사 거쳐 6월 시판 허가
은퇴 후 빛 본 신약 “에이즈 환자에 도움 되길”

에이즈 치료제 연구책임자 손종찬 박사.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에이즈 치료제 연구책임자 손종찬 박사.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이 발굴한 에이즈 바이러스(HIV) 치료제 후보물질이 중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화학연의 신약 후보물질 중 첫 상용화로, 이르면 올해 중국에서 생산이 시작된다. 중국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시장은 1조 원, 전 세계 시장은 16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30일 화학연에 따르면 1호 신약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상용화된 배경에는 18년간 에이즈 치료제 연구에만 몰두한 '외골수' 손종찬 박사가 있다. 2013년까지 화학연에서 연구책임자로 근무한 손 박사는 1995년 이일영 박사와 함께 에이즈 치료제 연구를 시작했다. 10여 년간 연구에 전념했지만 난항이 거듭될 때도 손 박사는 "과학자는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장을 보는 소신과 인내심이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박사는 "에이즈 치료제를 내놓겠다"던 당초 목표를 유보하고 논문이라도 남기기 위해 벨기에 '레가연구소'에 그간 연구 성과에 대한 시험을 의뢰했는데, 뜻밖에 레가연구소의 주선으로 2006년 경구용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개발을 이끈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와 공동연구를 하게 됐다. 그 결과 2008년 에이즈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했고, 국내 신약 개발 기업 카이노스메드가 이 후보물질에 대한 국내 임상 1상을 마쳤다.

손 박사가 발굴한 후보물질은 비핵산 계열의 역전사효소 저해제(NNRTI)다. 역전사효소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가진 특정효소인데, 이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저해제는 에이즈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2012년 화학연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카이노스메드는 후보물질을 활용해 신약 개발을 이어왔다. 카이노스메드는 에이즈 환자 증가율이 높은 중국 내 상용화를 위해 2014년 중국 제약사 장수아이디(Jiangsu Aidi)에 후보물질의 중국 판권을 이전했고, 중국 내 임상 1~3상을 거쳐 지난 6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다. 임상 결과 신경 정신 계통의 부작용이 적고 유전적 독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바이러스 효과가 우수하고, 하루에 한 번 경구투여할 수 있으며 다른 약들과 병용도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중국 이외의 글로벌 판매권을 보유한 카이노스메드는 향후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에이즈 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은 3,000만 명이 넘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규 환자는 감소 추세지만 국내를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신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18년 기준 누적 HIV 감염인(무증상자)과 에이즈 환자(유증상자)가 125만 명이다. 매년 8만 명씩 늘어 단일 국가로는 증가율도 최대다. 이 때문에 치료제 시장 규모는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은퇴 후 시골에서 지낸다는 손 박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신약 개발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화학연에서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승인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1조 원 규모 중국 시장에서 치료제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지만 손 박사가 추가로 얻는 이익은 없다. 과거 기술이전 당시 2차례에 걸쳐 약 16억 원의 기술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손 박사는 "치료제가 에이즈 감염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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