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남북통신선 복원 후 北 의중 파악"?
北, 미사일 발사로 '이중기준 철회' 압박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이후 남북 간 대화 재개 시도가 서로에게 '진정성을 먼저 보여 달라'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측은 이중기준 철회를 통한 핵 고도화에 대한 묵인을, 남측은 남북통신선 복원을 각각 상대의 대화 의지를 판단하는 잣대로 여기면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9일 유럽 순방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의 입장이 대화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하고 전향적인 의사를 보이는 측면과 군사행동을 통해 긴장을 조성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2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언급에 이어 전날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거론한 것이다.
이 장관은 이어 "무엇보다 남북 직통연락선 복원이 중요하다"며 "통신선 복원 과정에서 서로의 진의와 입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의중 파악에 앞서 통신선 복원을 북한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남북대화와 비핵화는) 서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밀접하게 연관된 동전의 앞뒷면"이라고 했다. 또 "정부는 북한의 담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통신선 응답을 요구했다"며 "그것이 연결돼야 이후 생각할 수 있는 여러 실천 방안을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대화를 재개해 북미 비핵화 협상 의지를 파악하겠다는 뜻이다.
북한도 남측을 시험대에 올려두고 있다. 김여정 당 부부장 담화에서 북측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는 남측의 '이중 기준'을 대화의 장애물로 지적한 데 이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서다. 북측은 자체적인 국방계획에 따른 시험발사라고 주장하지만, 대화 재개에 앞서 남측을 시험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비핵화 조치라는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어야 대화를 시작할 텐데, 북한이 핵개발에 토 달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으니 우리 정부도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바람대로 북한이 통신선 복원에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전날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등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날까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 지구의 군 통신선 통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한편 한국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류사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화상협의를 통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노 본부장은 오는 3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회동한다. 북한은 이번 한미 간 협의 결과를 지켜본 뒤 통신선 복원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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