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자민당 내 복잡한 역학 관계
여론조사 1위 고로 밀어낸 기시다?
아베의 총재 복귀 2012년과 같은 결과
민심보다는 파벌이었다. 차기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로 이같은 힘의 논리를 재확인하게 됐다. 당내 실세들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한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이 여론조사 지지도 1위였던 고노 다로 행정개혁장관을 밀어내면서다.
29일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고노 장관과 맞붙은 결선투표에서 총 257표(60.2%)를 획득해 고노(170표·39.8%)를 크게 앞질렀다. 국회의원 표 비중이 높은 결선투표에서 동료 의원들의 지지(249표)를 얻은 덕분에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당원 투표 비중이 높아 단 한 표 밖에 앞서지 못한 1차 투표 결과는 큰 차이가 있다. 1차 투표에서 당원 표 집계 결과만 보면 고노(169표)가 오히려 기시다(110표)를 눌렀다.
기시다의 당선은 1차투표에서 소속 의원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던 호소다파와 다케시타파 등이 결선투표에서 그를 선택한 영향이 컸다. 전날 밤 기시다 진영과 다카이치 진영의 간부가 만나 결선투표에서 공동 투쟁하기로 합의하는 등 '2·3위 연합'도 기시다에게 힘이 됐다. 모두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물에게 먼저 줄을 서는 전략적 행보들이다. 신임 총리가 자신의 파벌에 각료나 당 간부 등 요직으로 '답례'할 것이란 기대가 섞여있다.
결국 이번 선거도 민의 반영이 어려운 일본 정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유권자가 선호하는 후보를 총재로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은 힘을 발휘하진 못했다. 민심이 기시다보다는 고노에 향했다는 사실은 앞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명확히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23~25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6%가 차기 총리에 어울리는 인물로 고노를 지목한 반면, 기시다는 17%의 선택을 받은 데 그쳤다.
과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복귀도 이같은 파벌 정치의 결과물이었다.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아베 신조는 여론조사 1위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정조회장을 누르고 총재직을 재탈환했다. 이시바는 1차 투표에서 앞섰으나 국회의원 표에 좌우되는 결선에서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현 호소다파) 출신 아베에게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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