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폐돈사, 모돈갤러리로 오픈
10년 넘게 방치된 폐돈사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역발상 사례여서 눈길을 끈다.
27일 경기 포천의 ‘울미숲 모돈갤러리’를 찾았다. 이곳은 풍광이 빼어난 수원산 자락에 자리했다. 알록달록 색이 칠해진 돼지 사료자동급여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유리문을 지나 마주한 돈사 내부는 화려한 소품과 조명으로 세련돼 보였다. 530㎡ 크기의 내부엔 팬담채화 등 다양한 예술 작품들도 전시돼 있었다. 피아노 주위엔 10여 명이 앉아 공연을 볼 수 있는 관람석도 마련돼 있다.
철거를 앞둔 폐돈사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건 이한칠(74) 울미숲 대표와 윤희철(60) 대진대 휴먼건축공학부 교수의 역할이 컸다.
이 대표는 15년 전 매입한 돈사 부지(8,925㎡)를 의미 있는 공간으로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평소 알던 윤 교수가 “아트 갤러리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면서 예상치 못한 공간이 탄생했다.
리모델링 공사는 지난해 9월 시작됐다. 돼지들을 가둬 기르던 철제 구조물을 뜯어내고, 분뇨가 흐르던 배수관도 재정비했다. 다만, 돈사의 형태는 그대로 뒀다. 1년 가까운 공사 끝에 지난달 흉물스럽던 폐돈사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정식 오픈했다. 명칭은 어미 돼지가 새끼를 낳던 기존 이곳의 모돈장을 딴 모돈갤리리로 정했다.
현재 모돈갤러리에선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공사 중이던 지난해 9월 드로잉 작가전 오픈 음악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작품 전시 4회, 음악회 5회 등이 이어졌다. 문화행사는 첼로연주회, 재즈음악회, 설치미술전, 드로잉 작품전 등 다양하다. 앞으로도 토요예술무대란 명칭으로 피아노 독주회, 플롯앙상블 등 다양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 대표는 문화예술가를 위한 지원 차원에서 대관료는 받지 않고 있다.
이 대표와 윤 교수는 “진동하던 돼지 분뇨 냄새로 사람들이 등지던 농촌 마을이었는데, 갤러리 하나에 문화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공간으로 변해 뿌듯하다”며 “전국에서 찾는 이색 예술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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