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루만 출근하고 바로 퇴사하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청소 업무를 하다 작년 5월 해고를 당한 김계월씨는 지난 7일 회사로부터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이 김씨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하자 사측은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면담을 제안했다. 복직을 제안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사측은 "그동안 임금에다 위로금 명목으로 두 달 치 월급을 더 줄 테니 복직한 뒤 바로 퇴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자, 하루 뒤 회사는 법원에다 항소장을 냈다. 김씨는 "돈이 더 들더라도 말을 듣지 않고 싸우는 노동자들을 고용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 "돈은 줘도 복직은 못 한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500일 넘게 농성을 이어온 아시아나케이오 사태가 해를 넘겨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에 이어 사법부도 '부당해고'라는 판단을 내렸으나 사측이 복직을 거부하며 법정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소송 기간이라도 노동자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 청소와 수하물 처리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인 아시아나케이오는 작년 5월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필수 인력 24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에게 무기한 무급휴직을 제안했다. 김씨를 비롯한 8명이 이를 거부하자 해고 조치를 했다. 해고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단식과 오체투지 행진, 릴레이 3,000배 등의 투쟁을 이어왔다.
"소송으로 무한정 시간 끌기... 국회가 대책 내놔야"
그사이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모두 해고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코로나19 여파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 것은 사실이나, 직원들의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작년 7월 서울·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12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어 지난달 서울행정법원도 해고가 부당한 조치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사측은 밀린 임금 등은 줄 수 있으나 복직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고자들은 사측이 고용청에 이행강제금만 2억 여원을, 소송비용으로도 1억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해고자 5명의 미지급 임금과 위로금을 다 합쳐도 2억원 남짓인 것으로 추산된다.
정원섭 아시아나케이오 공동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앞으로도 최소 1년 이상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당장 생계가 급한 사람들은 중도 포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소송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지노위·중노위 판정만으로도 우선 밀린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입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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