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완저우 석방'서 찾은 중국의 승리 공식과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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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완저우 석방'서 찾은 중국의 승리 공식과 걸림돌

입력
2021.09.27 15:10
수정
2021.09.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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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버티면 이긴다...화웨이 치명상 입어
②찌르면 통한다...관계 정상화 하세월
③뭉쳐야 산다...美와 동맹 압박 총공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25일 밤 중국 선전 바오안 공항에 도착해 전세기에서 내리기 전,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선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의 기소 연기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풀려나자 중국은 승리의 찬가를 부르고 있다.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를 관철시키며 단결력을 과시했다고 들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자신감이 또 다른 성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앙금 하나는 풀었지만 대미 외교에 속도를 내려는 중국의 앞길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①버텨라

비행기 트랩을 내려온 멍완저우(맨 왼쪽) 화웨이 부회장이 레드카펫 위에서 공항으로 몰려든 인파의 환영에 북받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7월 공산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가 맞닥뜨린 많은 문제는 중장기적인 것으로, 반드시 지구전의 관점에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일 전쟁과 국공 내전 시절 마오쩌둥이 정립한 ‘지구전’ 개념을 공식화했다. 그보다 6개월 전 미국과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뤘으나 오히려 전쟁이 격화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운 셈이다.

멍완저우의 귀환은 시 주석의 지구전 선언 이후 눈에 띄는 첫 성과다. 그는 유죄를 인정하지 않고 2년 9개월을 버텼다. 2013년 4월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자회사 최고경영자가 미국 공항에서 체포돼 7억7,200만 달러(약 9,000억 원)의 벌금을 문 프랑스 알스톰 사례와 대조적이다. 이에 더해 알스톰은 주요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는 치욕까지 감수했다. 중국이 “존엄을 지켰다”고 환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정치적 박해”라며 멍완저우를 순교자인 양 치켜세웠다.

하지만 멍완저우가 가택 연금된 사이 ‘중국의 자존심’ 화웨이는 치명상을 입었다. 중국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곤두박질쳤다. 한때 삼성전자와 수위를 다투던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미국의 제재로 부품 조달이 막혀 지난해 2분기 20%에서 올해 1분기 4%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29% 줄었다.

②찔러라

체포 2년 9개월 만에 캐나다에서 석방돼 귀국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환영하려 공항으로 몰려들어 함성을 외치는 중국인들. AP 연합뉴스

지난 7월에는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톈진에서 만났다. 당시 중국이 제시한 개선 요구 목록에는 “(캐나다에서 가택 연금 상태에 있던) 멍완저우의 미국 압송 요구를 중단하라”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중국이 회담에서 요구 사항을 미국 측에 먼저 전달하며 공세를 취한 것은 이례적이다.

두 달 지나 멍완저우가 고국으로 무사 귀환하면서 중국의 전략은 주효했다. 중국 매체와 전문가들은 27일 “막강한 국력을 기반으로 미국에 맞서며 대국 노선을 견지한 중국 외교의 빛나는 승리”(텅쉰왕), “해외 거주 공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중국 정부의 능력과 의지가 입증됐다”(리하이둥 외교학원 교수) 등 찬사를 쏟아냈다. 내친 김에 미국과의 갈등을 촉발한 무역 장벽을 없애자며 협상을 연내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친강 주미 중국대사는 멍완저우 석방에 맞춰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양국이 새로운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혁신해야 한다”고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반면 미국은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중국이 7월에 요구했던 나머지 개선 사항에는 △중국 공산당원과 유학생 비자 제한 철폐 △중국 관료, 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 △공자학원과 중국기업 탄압 중단 등이 담겼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미 정부 인사들도 중국 공산당을 “학살자”라고 몰아세우는 상황에서 족쇄를 풀기는 쉽지 않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7월 맞폐쇄한 휴스턴과 청두의 총영사관을 여전히 닫아걸고 있다. 상징적 조치마저 미적댈 만큼 관계 정상화를 거론하기엔 한참 멀었다.

③뭉쳐라

중국 선전 바오안 공항 활주로에서 '멍완저우의 귀국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중국인들. 로이터 연합뉴스

멍완저우는 25일 빨간 원피스 차림에 오성홍기 배지를 가슴에 달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갔다. 귀국 환영식이 열린 선전 바오안 공항도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였다. 바닥에 레드카펫이 깔리고 주요 행사 개막곡인 ‘가창조국(조국을 노래하다)’이 울려 퍼졌다. 멍완저우가 “신념에 색이 있다면 중국의 붉은 색일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하자, 환구시보는 “애국심의 색도 역시 붉은색”이라면서 중국인의 정서를 자극했다.

‘붉은 물결’은 올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거치며 폭발한 애국 열풍을 지속할 호재다. 중국은 2001년 미군 조종사들을 돌려보낼 당시, 미국에서는 대통령까지 공항에 나가 영웅의 귀환을 환영하던 모습을 보고 분통을 터뜨린 적이 있다. 남중국해 하이난섬 부근 공해상에서 미국 정찰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해 중국 조종사가 숨지고 미 조종사 24명은 비상 착륙해 억류됐을 때다. 이에 보란 듯이 멍완저우 귀국 장면을 생방송으로 중계하며 미국의 탄압에 맞선 중국인의 기개를 강조했다.

이처럼 안으로 뭉치는 중국에 맞서 미국은 밖에서 세를 규합하며 중국을 옥죄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쿼드(Quad·미국 인도 호주 일본)에 더해 한국, 동남아까지 규합한 ‘3중 포위망’을 구축할 심산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냉전의 굴레에 갇힌 답답함에 불만이 적지 않다. 미국이 △동맹을 끌어들여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중국과 다른 가치관과 이데올로기를 앞세우며 △기술 패권과 지정학적 경쟁을 부추겨 제로섬 게임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은 봉황망에 “미중은 신(新)냉전은 아니더라도 반(半)냉전, 준(準)냉전의 상태”라며 “관건은 앞으로 미국이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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