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자동차전자장비(전장) 사업 확대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징후는 최근 들어 잇따라 꺼내 든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카드에서 확인된다. 재계 안팎에선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체질개선 의중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LG전자의 인수배경은?…"자동차 사이버보안시장 뜬다"
LG전자는 이스라엘의 자동차 사이버보안 전문기업인 '사이벨럼'을 인수했다고 23일 밝혔다. 최근 사이벨럼으로부터 63.9%의 지분을 사들인 LG전자는 연말까지 일부 주식도 추가 취득할 예정이다. LG전자는 또 이와 별개로 이 회사와 2,000만 달러(235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투자계약도 체결했다. 해당 투자금은 내년 말 이후 주식으로 전환돼 LG전자의 지분율은 더 늘어난다. 그만큼 LG전자가 이 회사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시에 본사를 둔 사이벨럼은 2016년 세워진 신생기업이지만, 자동차 사이버보안 분야에선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 등과 협업해 자동차 사이버보안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데, 회사 가치만 1억4,000만 달러(1,65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엔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정보기술(IT) 네트워크와 차량을 연결한 '커넥티드 자동차'가 유망 분야로 떠오르면서, 자동차 보안시장 역시 급성장이 점쳐진다.
김진용 LG전자 전장사업본부(VS) 부사장은 "이번 사이벨럼 인수로 미래 커넥티드카 시대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LG전자의 사이버보안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LG전자의 지분 인수 이후에도 사이벨럼은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기존 경영진도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 일단 추가 투자 등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면서 LG전자와의 시너지 방안을 찾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LG전자 전장사업 성숙기…6년 만에 적자 고리 끊나
LG전자는 올해 초 26년 넘게 이어온 휴대폰 사업을 접고 내부 역량을 전장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2018년 9월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의 수장에 오른 후, LG가 전기 장비를 아우르는 '전장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면서다.
시장에선 LG전자가 2013년부터 추진한 전장 사업이 성숙기로 접어들었단 평가도 내놓고 있다. 이미 LG전자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디스플레이 오디오 등) 분야는 업계 상위권이다. 2018년엔 세계 5위권(생산량 기준)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 ZKW를 품었고, 최근 전기차 부품 합작사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한 데 이어 자동차 사이버보안 전문기업까지 인수한 상태다. LG전자가 미국 애플의 '애플카' 협력사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LG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VS) 부서의 전망도 밝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LG전자 VS 사업본부는 올해를 기점으로 6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LG전자 전체 실적 가운데 올해 2%에 머물렀던 VS 영업이익 비중도 2023년엔 11%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LG전자는 가전이 떠받치고 있었는데 앞으로 전기차 부품 사업이 실적을 끌어올리는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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