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차 수백 대 동원해 강변 따라 차벽 설치
애벗 주지사 "비로소 국경 통제권 회복" 자평
미국 보수진영 심장부인 텍사스주(州)가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급기야 ‘차벽’까지 세웠다. ‘친(親) 이민 정책’을 표방한 조 바이든 행정부마저 밀려드는 이민 물결을 감당 못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자, 텍사스 주정부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국경 봉쇄’에 나선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텍사스주는 이날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델리오 시의 리오그란데강을 따라 차량을 일렬로 세워서 수㎞에 이르는 바이케이드를 쳤다. 이를 위해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소속 관용 차량 수백 대가 동원됐다. 차벽은 델리오와 멕시코 시우다드아쿠냐를 잇는 다리와 지척에 있는데, 이 다리 밑에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와 남미 출신의 불법 체류자 1만5,000여 명이 몰려와 거대한 난민촌을 형성하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매우 흡족해했다. 그는 전날 폭스뉴스에 “사람들이 걸어서 강을 건너지 못하게 ‘철벽(steel wall)’을 만들었다”며 “우리는 비로소 ‘국경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자평했다. 또 직접 델리오를 찾아가 “텍사스주는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만 했다”며 “법 집행에 실패하면 혼돈이 초래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인 애벗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앞장섰던 ‘반 이민’의 선봉장이었다. 이 장벽은 높이 5.5~10m, 길이 724㎞에 달하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취임하자마자 장벽 건설 중단 행정명령을 내리고 국경 문턱을 낮췄다.
그러나 최근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거센 역풍에 맞닥뜨렸다. 특히 2010년 대지진 이후 심화된 빈곤과 대통령 암살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피해 고국을 등진 아이티 난민이 대거 몰려들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들이 월경 통로로 이용해 온 댐의 배수로를 막고, 비행기로 본국 송환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델리오에서 국경순찰대 대원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아이티 난민을 쫓아내는 모습이 공개돼 비난이 폭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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