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으로 가축 몰이하듯... 아이티 난민 내쫓은 美 국경순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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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으로 가축 몰이하듯... 아이티 난민 내쫓은 美 국경순찰대

입력
2021.09.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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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넘어오는 아이티 난민 막으려 채찍질
민주당·시민단체 "트럼프와 다를 바 없다"
백악관 "끔찍한 일... 그들은 미국 대표 아냐"


미국-멕시코 국경지역인 텍사스주 델리오에서 19일 미 국경순찰대 기마요원들이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는 아이티 난민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델리오=AP 연합뉴스

말 위에 올라탄 미국 국경순찰대 요원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아이티 난민을 쫓아내는 모습이 공개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 인권단체에서도 “사실상 (난민 수용에 적대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과 다를 바 없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2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일 텍사스주(州) 델리오에서 국경순찰대 기마 요원들이 국경을 넘어오는 아이티 난민들을 채찍으로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상에 퍼진 영상에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백인 요원들이 미국-멕시코 국경인 리오그란데강을 넘어오는 아이티 난민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난민들 대부분은 채찍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거나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모습이었다. 신문은 “난민들이 강을 건너 미국 영토에 발을 딛는 것을 막기 위한 요원들의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심각한 인권 유린은 물론, 난민들에 대한 처우가 트럼프 행정부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난민법을 무시하는 트럼프 시대의 혐오스러운 정책을 계속해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데릭 존슨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의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남부 국경 상황은 미국 역사의 가장 어두웠던 면을 반영하고 있다”며 “만약 트럼프 정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오랜 NAACP 회원이다.

백악관은 요원들의 행위가 잘못임을 시인하면서도, ‘일부 개인의 일탈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끔찍하게 생각한다”며 “사건에 연루된 요원들이 미국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책임론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며 “해당 요원들은 현장 업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행정적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최근 난민 증가로 바이든 대통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취임 전부터 온건한 이민 정책을 공언했지만, 막상 국경으로 몰려드는 난민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사태를 접하게 되자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가 만든 규칙을 이용해 난민을 추방한 횟수만 올해 70만 건”이라고 전했다. 앞서 마요르카스 장관은 20일 “미국 국경이 열려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다”며 “무작정 국경을 넘는 건 미국 이민을 위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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