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로 균열 커지는 대서양동맹… EU "美와 기술협의 연기" 바이든은 호주와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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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커스'로 균열 커지는 대서양동맹… EU "美와 기술협의 연기" 바이든은 호주와 정상회담

입력
2021.09.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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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EU 집행위에 TTC 첫 회의 연기 요청
EU 고위 인사들도 오커스 사태 불쾌감 표출
바이든은 새 안보협의체 밀착관계에 더 초점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5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보리스 존슨(오른쪽 화면) 영국 총리 및 스콧 모리슨(왼쪽 화면) 호주 총리와 함께 새 안보협의체 '오커스' 발족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미국ㆍ영국ㆍ호주의 3자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 출범으로 호주와의 핵잠수함 계약이 일방 파기돼 분노하는 프랑스 편들기에 나선다. 이달 말로 예정된 EU-미국 무역ㆍ기술협의회(TTC) 첫 회의 연기 방안 논의로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논란 속에서도 호주, 영국과 정상회담을 열며 연일 친밀함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오랜 대서양 동맹 균열이 연일 커지는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오는 29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릴 예정인 TTC 첫 회의를 연기해달라고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요청했다. TTC는 지난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럽 순방 당시,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양측이 신설하기로 한 협의체다. 미국과 유럽은 이를 통해 △상호 무역ㆍ투자 관계 성장 △무역에서 불필요한 기술적 장벽 제거 △기술 협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기간 빚어진 무역 충돌을 뒤로 하고 화해와 협력에 나선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만일 첫 회의가 연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가까스로 봉합된 양측 갈등에 또 다시 파열음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집행위가 아직 프랑스의 연기 요청 관련 결정을 내리지 않은 만큼 결론을 속단하긴 어렵다. 집행위 대변인은 “위원회는 오커스가 TTC 일정에 미칠 영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오는 24일 EU 회원국 대사 회의에서도 논의된다.

그러나 이미 EU 고위급 인사들은 기분 나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전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오커스 출범으로) 우리는 투명성과 신뢰가 확실히 결여됐다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최소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어조, 내용, 언어 등에서 EU가 그의 유용한 파트너나 동맹이 아니라는 게 분명했다”며 프랑스를 지지하고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역시 같은 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회원국 중 한 국가가 용납할 수 없는 방식으로 대우받았다”며 EU-호주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제동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클레망 본(오른쪽) 프랑스 외교부 유럽담당 장관이 21일 벨기에 브뤼셀 EU 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사회 청사에 도착하며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오커스 사태에서 시작된 서방 동맹국간 갈등의 골이 날로 깊어지고 있지만, 일단 미국은 새 안보협의체와의 밀착 관계 강화에 비중을 두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미국은 호주보다 더 가깝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 없다”고 한껏 추켜세웠다. 또 자신들의 우선순위에 호주가 보조를 맞추고 있다며 모리슨 총리를 ‘스콧’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후 워싱턴으로 이동, 백악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도 회담했다.

미 대통령이 과거 유엔총회 기간 동시다발적인 양자회담을 한 것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일정을 거의 축소하다시피 했지만, 오커스 파트너인 호주, 영국과는 정상 간 만남을 잡을 정도로 공을 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움직임이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프랑스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 15일 바이든 대통령과 존슨 영국 총리, 모리슨 호주 총리는 안보, 국방 등의 협력을 강화하는 오커스를 발족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호주는 미국, 영국의 지원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호주가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 그룹 맺었던 560억 유로(77조 원) 규모 계약이 파기되면서 프랑스는 눈뜨고 코 베인 처지가 됐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오랜 우방국들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고, 17일에는 이례적으로 미국과 호주 주재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하는 강수까지 뒀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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