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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은 소모적 논쟁... 지금은 재생에너지에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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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은 소모적 논쟁... 지금은 재생에너지에 집중할 때"

입력
2021.09.23 04:30
수정
2021.09.23 09: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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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애 환경부 장관에게 '2050 탄소중립'을 묻다

"탈원전은 지금 당장 원전을 중단하자는 게 아닙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5기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계속 운영됩니다. 원전이 중단되는 건 2050 탄소중립보다도 훨씬 더 나중의 일예요. 지금은 지나치게 정치화된, 소모적인 탈원전 논쟁을 하기보다는 한 자릿수 수준으로 처참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답답한 표정이었다. 탄소중립 문제를 두고 해외 전문가들을 만나 얘기하다 보면 한국의 탈원전 논란을 신기하게 여긴단다. 탄소중립을 하려면 일단 재생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6.6%대에 머물고 있어서다. 이것부터 어느 정도 끌어올린 다음에야 '그러면 원전을 어느 정도 믹스할 것이냐' 논쟁하는 게 제대로 된 순서라는 얘기다.

2021년은 우리나라에 '탄소중립의 원년'이랄 수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란 미션이 떨어졌고, 이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탄소중립법 등 각종 제도나 정책이 하나하나씩 만들어지는 중이다. 당장 2030NDC(온실가스 감축목표)를 10월까지는 국제사회에 공표해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2030NDC만 해도 당초 거론되던 35% 감축안을 놓고 여야 간에 높네 낮네 격한 논쟁이 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40%까지 끌어올리라 주문하기도 했다. 환경단체와 산업계의 의견 격차는 거의 하늘과 땅 차이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한 장관은 2050탄소중립을 "도전적 과제"라 불렀고 "가능하냐 안 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 단계 기술 수준으로 어렵다면, 연구개발 역량을 쏟아부어서라도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미래 대체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미래 대체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도전적 과제'란 표현은 공무원의 완곡어법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라는 뜻 아닌가.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70.8%까지 끌어올리겠다지만, 산업계에선 불가능하다 본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지난해 기준 6.6%다. 비율 자체가 처참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현 가능하냐 가지고 싸우는 건, 국제사회의 눈에서 보자면 노력을 안 하려는 것으로 비친다. 일단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과 안정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비판은 그다음 문제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이 처음 나왔을 때는 효율이 10%가 채 안 됐지만, 지금 20%대를 넘어섰다. 연구 개발 투자가 계속 이어진다면 10~20년 뒤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관련 기술이 발전되어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속도가 더딘 편이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주민 수용성 문제가 크다. 가령 탐라해상 풍력발전의 경우 시작부터 설치까지 10년이 걸렸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 신안군 폐염전에서는 폐염전에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발전으로 나오는 이익을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그리고 초기 태양광이 산지에 자리 잡으면서 일부 문제를 일으켰는데, 지금은 기울기 15도 이하 평지에만 설치되도록 하면서 그런 부분도 해결됐다. 또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을 통과시키려 한다. 지금은 인허가 절차가 다 끝나야 주민 의견을 받을 수 있는데, 특별법을 통해 이 두 가지 과정을 동시에 하려 한다. 그러면 속도를 더 낼 수 있을 것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미래 대체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미래 대체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NDC를 '35% 이상'으로 했다. 최근 문 대통령은 40%를 언급했다. 정부안을 곧 탄중위에 내야 하는데.

"정부도 40%대를 고려하고 있다. 원래 산업계에서 나온 안은 31% 정도였다. 하지만 국회는 조금 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35%를 얘기한 것이다. 좀 더 도전적으로 40%를 설정할 수도 있다. 정부 부처 중 환경부라면 더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거듭 강조하듯 이 일은 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게 아니라 해내야 하는 일이다."

-연구개발(R&D)을 강조했는데, 실질적 예산 뒷받침이 될까.

"정부 차원에서도 고민이 많다. 정부 내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가령 국가가 지원하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예산의 일정 부분을 아예 탄소중립에만 몰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그만큼 전환이 더 빨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올해엔 그렇게 하지 못했고, 내년 정부 예산안부터는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정책의 연속성에 의심을 품는 경우가 있다. 대선이 있고, 그 이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건 여야, 진보 보수,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다. 미국만 봐도 기후변화를 부인해서 그토록 비판받았던 트럼프 정부지만, 정작 그 트럼프 정권 아래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꾸준히 늘어서 지금은 20%대다. 대통령이 뭐라 하든 그 아래에서는 에너지 전환이 계속 추진된 것이다. 유럽도 그렇다. 올해 영국을 시작으로 전 유럽이 홍수 사태를 겪었다. 기후위기가 있다고 걱정은 했지만, 그로 인한 홍수 사태를 직접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도 인근 지역에서나 물난리가 난다고 생각했던 유럽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더 속도를 낼 것인데 우리만 안한다? 그건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기에 불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이라 부른다. 환경부 장관으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가 중화학공업 기반으로 성장해온 데다 그간 해외 석탄화력 발전에도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그런 악명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탄소중립을 천명했고, P4G를 개최하면서 더 이상 공적자금을 통한 국내외 석탄화력 발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때문에 기후악당이라는 악명도 이제 사라질 것이라 본다."

-정부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다. 탄소중립 문제를 틀어쥐고 진행하려면 환경부에 에너지 관련 업무를 몰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아무래도 환경부가 탄소중립 주무부처이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탄소중립은 국가의 명운, 지구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부처 간 과감한 협업이 필요한 이유다. 또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다른 방식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목에서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그때그때 달라질 것이라 본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목표가 무엇이었나.

"대통령에게 장관 임명장 받을 때 '연내 탄소중립 기틀을 다져달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법안들,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법안들, 재생에너지 발전을 과감하게 진행하는 법안들을 올해 안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게 지금 저의 최우선 과제다."

김진주 기자
조태성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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