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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아닌 타살" 자영업자 합동 분향소에 조문 잇따라

입력
2021.09.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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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대책위, 진통 끝 야외 분향소 설치
자영업자, 시민, 정치인들 조문 이어져

17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숨진 자영업자들의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7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숨진 자영업자들의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을 못 이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자영업자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 야외에 합동 분향소가 단출하게 마련됐다. 경찰로부터 단상 마련을 위한 간이책상 설치를 저지당한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는 돗자리를 바닥에 깔고 천을 접어 올려 임시로 만든 단상에 국화꽃과 촛불, 그리고 술을 놓았다. 향은 종이컵에 흙을 퍼담아 꽂았으며, 영정사진엔 '대한민국 소상공인 자영업자'라고 적었다. 김기홍 자대위 공동대표 등이 상복을 입고 조문객을 맞았다.

자대위가 국회의사당 앞에 분향소를 차린 이유는 마포 맥줏집 사장 등 자영업자들의 잇따른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자대위 측은 "자영업자들 죽음은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면서 "제발 우리를 살려 달라"며 분향소 설치 취지를 밝혔다.

분향소는 진통 끝에 마련됐다. 자대위는 전날 오후 2시부터 이어진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밤 10시쯤 7시간여 만에 간신히 돗자리를 깔았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분향소 내부에 집행부 3명을 포함해 4명까지는 허용하기로 했다"면서 "조문객은 한 명씩 들어가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자대위는 분향소를 18일 밤 11시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분향소에는 자영업자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경기 안양시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한다는 장모(41)씨는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아 "자살하는 게 오히려 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힘들다"고 울먹였다. 그는 "밤에만 하던 이자카야에서, 점심장사도 시작하고 배달도 늘렸다.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쉬는 날도 없애면서 간신히 매출을 올려놨더니 보상금 받을 자격이 없다고 하더라"며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라고 토로했다.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김모씨는 "모든 걸 버리고 돌아가신 분에 대한 추모까지 이렇게 어렵게 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정치인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유승민·황교안 전 의원 등이 분향소를 찾았다.

조문을 하지 못한 이들은 전국에서 음료와 음식을 보내는 방식으로 추모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취식이 금지돼, 음식들은 봉투에 담긴 채 분향소 뒤편에 놓여 있다. 분향소에 음식을 보낸 한 자영업자는 "고인들이 가시는 길에 배고프지 않고 외롭지 않도록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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