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러 등에 이어 7번째 개발 성공
'최종 시험' 직전 北 탄도미사일? 발사
文 "SLBM, 북한 도발에 확실한 억지력"
성대한 잔치에 북한이 훼방을 놓은 꼴이 됐다. 군 당국이 15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최종 성공하면서 세계 7번째 SLBM 보유국에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시험 발사가 진행된 충남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을 직접 찾아 연구원들을 격려하며 SLBM 성공을 자축했다. 하지만 최종 발사를 불과 1시간 30여 분 앞두고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두 발을 쏘아 올리면서 축제의 효과는 반감됐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이날 오후 문 대통령과 서욱 국방부 장관,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도산안창호함(3,000톤급 잠수함)에 탑재된 탄도미사일이 수중에서 발사된 후 비행해 목표 지점에 정확히 명중했다고 밝혔다. 깊이 15~20m 수중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기체 압력에 의해 수면 위로 제대로 떠올라 점화되는 ‘콜드 론치’(cold launch) 기능은 물론, 물 밖으로 나온 미사일이 대기권에 진입했다가 최종 타깃에 떨어지는 미사일 성능까지 모든 검증을 완료했다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SLBM 비행 시험은 최초”라며 “첫 시험에서 성공한 만큼 앞으로 추가 시험평가를 거쳐 전력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SLBM 검증시험은 3단계로 나뉘는데, 지난해 말에는 1단계 지상 사출시험에 성공했고, 올 상반기에는 바지선에서 이뤄지는 2단계 수중 사출시험도 마쳤다. 이어 지난달 13일 SLBM 탑재가 가능한 첫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취역하자 군 당국은 1일 실탄을 장착해 미사일이 물 밖으로 부상하는 콜드 론치 테스트를 끝냈다.
이날 미사일 비행 발사 문턱까지 넘으면서 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에 이어 7번째로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국가가 됐다. 일각에선 2016년과 2019년 각각 SLBM인 북극성 1호 및 북극성 3호 발사에 성공한 북한도 SLBM 보유국으로 분류한다. 다만 정부는 북한은 SLBM을 발사할 잠수함이 아직 건조되지 않아 엄밀한 의미의 개발 완료국은 아니라고 본다.
문 대통령은 “미사일 전력 발사 시험은 북한 도발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 계획에 따라 예정된 날짜에 이뤄진 것”이라며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기상 악조건에도 SLBM이 정상궤적을 유지해서 목표물을 정확히 맞추었다는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라고 극찬했다.
‘자주국방’을 강조해온 청와대는 물론 국방부도 이번 행사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개발 전 과정이 비밀에 부쳐져 ‘비닉(?匿) 사업’으로 분류된 SLBM 개발 성공을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SLBM은 은밀히 이동하는 잠수함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위치 파악이 쉽지 않아 적 입장에서 위협적인데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대형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군 당국은 이날 SLBM 외에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될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의 항공기 분리시험을 선보였고,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 결과도 보고했다. 또 다른 비닉 무기로 압도적 대응능력을 갖춘 ‘고위력 탄도미사일’ 개발 완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ADD를 방문해 “세계 최고 수준의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극찬한 현무-4 미사일이다. ADD가 7월 29일 고체 연료를 사용해 소형ㆍ초소형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용 고체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한 사실 역시 공표됐다.
그러나 돌연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행사에 참석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참석을 이유로 자리를 뜨면서 자주국방 성찬은 급하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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