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은 희생과 헌신?" '엄마 발달 백과' 쓴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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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은 희생과 헌신?" '엄마 발달 백과' 쓴 워킹맘

입력
2021.09.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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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엄마] <8>홍현진

‘임·출·육’ 주어는 아이 아닌 엄마가 돼야
엄마들의 서사 쓰는 ‘마더티브’ 창간,
엄마 됨 준비하는 진짜 ‘산모교실’ 열어

웹매거진 ‘마더티브’의 에디터 홍현진씨를 1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그가 양손에 든 책은 전지적 엄마 시점에서 임신과 출산, 육아 경험을 기록한 책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와 새 길을 개척한 ‘워킹맘’들을 인터뷰한 책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다. ‘마더티브’ 에디터들과 함께 썼다. 이한호 기자

지난해 말 드라마 ‘산후조리원’이 화제였습니다. 임신과 출산의 적나라한 과정을 그린 드라마죠. 모성을 줄 세우는 사회의 시선을 풍자하기도 했습니다. 그 드라마 ‘산후조리원’의 실사판 같은 책이 있습니다. 2019년 9월 출간된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푸른향기)예요. 엄마들의 서사를 기록하는 웹매거진 ‘마더티브’의 창간 멤버 네 명이 저자입니다.

저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임신과 출산, 육아를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쉬운 출산은 없다’ ‘산후조리원이 진짜 천국이 되려면’ ‘수면교육, 정말 필요한가’ ‘반반육아의 확실한 방법’ ‘친정엄마는 육아 도우미가 아니다’ 같은 소주제들만 봐도 감이 올 거예요.

주목할 건, 같은 주제에 관해 저자 네 명이 각각의 경험담을 썼다는 겁니다. ‘애 바이 애(애마다 다르다)’이며, ‘백 명의 엄마에겐 백 개의 서사가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양한 처지에서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는 엄마들에게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공감과 위로를 주고 싶었던 거죠.

‘마더티브’의 에디터 홍현진(37)씨를 만났어요. 기자 출신인 그는 ‘마더티브’를 공동 창간하고 여성 커뮤니티 ‘창고살롱’을 공동 창업했어요. 만 다섯 살 아들을 둔 ‘워킹맘’이죠. 자신이 경험한 ‘엄마 됨’을 그는 어떻게 콘텐츠로 만들었을까요. 그리고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그를 만나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는 엄마라는 길을 먼저 간 그가 뒤에 올 엄마들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왜 모든 육아 정보의 주어는 아이일까. 엄마는 희생만 해야 하는 존재인가. 좋은 엄마의 기준은 대체 누가 정하는 건가.’ 엄마들의 서사를 쓰는 ‘마더티브’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창간됐다. 이한호 기자

아, 이 기분은 뭘까요. 이제 막 임신 사실을 안 분, 출산을 불과 한 달 앞둔 분, 얼마 전 아이를 품에 안은 분… 그 엄마들을 보는 심정이 정말 이상했어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느낌이 이럴까요.

그동안 머릿속으로 구상만 했던 산모교실을 드디어 연 날, 제 마음이 그랬죠. 비록 온라인이었지만,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들이 제 마음을 뭉클하게 했어요. 그들 앞에 펼쳐질 일들, 그리고 내가 겪었던 일들이 떠올라서일 거예요.

나의 뒤에 올 엄마들, 보세요! 그래요, 전 이 산모교실을 꼭 열고 싶었어요. 이미 많이 들어봤을 그 흔한 산모교실이 아니에요. 우리가 붙인 이름은 ‘세상에 없던 산모교실’이죠. 우리 이현이가 만 다섯 살이 됐으니까, 저도 출산한 지 5년이 넘었네요. 임신했을 때 보니, 맘카페나 기업, 지방자치단체에서 산모교실을 참 많이 열더라고요. 그런데 전 프로그램 소개만 봐도 왠지 거부감이 들었어요. 온통 순산 얘기뿐이었거든요. 나는 그저 아기를 잘 낳아야 할 몸으로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런 산모교실엔 나는 없고 아기만 있었죠.

순산 말고 진짜 필요한 준비

그는 아이를 가졌을 때 ‘모성애라는 게 안 생기면 어떡하지’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 아이를 낳고 나서 느낀 모성은 사랑만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이한호 기자

안전하게 출산하는 것, 물론 중요하죠. 그렇지만 아기뿐 아니라 나도 중요하잖아요. 산모교실에 다녀오면 사은품으로 주는 유아용품이 두 손에 들리겠지만, 마음은 왠지 허할 것만 같았어요. ‘왜 나에게 집중하는 산모교실은 없는 거야.’ 불만이 쌓여갔죠. 나를 지키면서 출산 준비하도록 돕는 산모교실을 꼭 만들고 싶었던 이유예요.

‘세상에 없던 산모교실’에선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기록하도록 도와요. 나는 왜 엄마가 되려고 하는지, 엄마로 사는 삶을 떠올리면 뭐가 가장 궁금하고 걱정되는지,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공동 양육자(남편)와 대화하는 시간도 필요해요. 양육의 원칙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공동 육아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미리 분담해 둬야 하죠. 임신으로 바뀐 내 몸을 살피고 이해하는 시간도 있어요.

그런 산모교실이 왜 필요하냐고요? 임신 기간이 열 달이나 되는데 그런 생각쯤 자연스럽게 하면서 지내지 않겠냐고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열 달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요. 직장이라도 다니고 있다면 더 정신 없이 시간이 흘러가죠. 스치듯 생각을 할진 모르지만, 기록하기는 쉽지 않고요. 우리는 대개 생각보다 준비 없이 아기를 만나요. 한번 찬찬히 생각해 봐요. 임신을 계획할 때, 그리고 임신하고 나서도, 너무 몸의 얘기만 하지 않나요? 그리고 출산 뒤엔 덜컥 육아라는 전쟁터에 홀로 던져지죠.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절실히 느꼈죠. 임신과 출산, 육아에는 마음의 준비가 정말 필요하다는 걸. 그 준비를 할 여유가 있는 시간은 어쩌면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뿐일지도 몰라요.

여러분처럼 나도 내가 엄마가 될 줄 몰랐어요. 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었고 기자라는 내 일도 잘 해내고 싶었거든요.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죠. 그러니 결혼을 했어도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남편은 그런 내 판단을 존중해주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정말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나 봐요. 8년이라는 긴 연애 끝에 결혼을 해 2년쯤 지나니까 ‘나도 아기를 낳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예요. 왠지 나도 엄마가 되어 봐야 할 것 같은 심리가 발동했어요. 그쯤 아이가 생긴 거죠.

시험 공부하듯 보낸 임신기간

‘마더티브’에서 연 ‘세상에 없던 산모교실’은 산모가 중심이다. 마더티브 제공

임신 기간에 어땠냐고요? 돌이켜 보면, 저는 임신과 출산도 기를 쓰고 치열하게 했어요. 제가 요즘 말하는 ‘K장녀’에, 평생 모범생처럼 산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랬던 걸까요?

의료적 개입을 최대한 줄인 자연스러운 출산을 하고 싶었어요. 그걸 마치 지상 과제처럼 여기고 집중한 거죠. 시험 공부를 하는 학생처럼요. 매일 1만 보씩 걷고, 일주일에 두 번은 요가 수업을 갔어요. 태교 여행을 가서도 요가를 했다니까요. 먹을 때도 칼로리를 체크하고, 매일 체중계에 올라갈 정도로 지독하게 관리했죠.

아기는 40주가 넘었는데도 나올 기미가 없었죠. 그런데도 “빨리 나와라” 한마디 하지 않았어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나오리라는 걸 믿고요. 그렇게 40주 6일째 난산으로 아들 이현이를 만났어요. 아이가 4.14㎏으로 태어났는데 임신 기간 내 몸무게는 11㎏밖에 늘지 않았죠.

그래도 자연분만을 했으니 다행이라고요? 원래 빈혈이 있었던 데다 출산하고 나서 철분이 부족해 두 번이나 쓰러졌어요. 얼굴은 피골이 상접했고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자연분만을 하려고 했는지 내 스스로 안쓰러워요. 출산에도 점수가 있다고 생각했나 봐요. 무통주사도 맞지 않고 낳는 게 100점인 것처럼.

육아는 현실이었어요. 우리 부부는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고 생각했고, 평소 대화도 많이 했는데도, 막상 육아가 시작되니 자연스럽게 제게 일이 쏠리게 됐죠. 친정도, 시가도 모두 지방이라 보조 양육자 없이 둘이 키워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어느 새 ‘남편 직업이 나보다 노동강도가 높으니 안정적으로 일하도록 내가 주로 육아를 해야겠구나. 내가 예전처럼 일에 욕심을 크게 내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면서 너무나 놀랐어요. 지금 이 얘기에 속으로 ‘뜨끔’한 분들, 있을 거예요.

그래서 임신 기간에 남편과 육아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구체적으로 대화하고, 원칙을 세워둘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억울해지지 않아요. 저는 어떻게 했냐고요? 출산 용품과 육아 물품 사는 일을 남편에게 전적으로 맡겼어요. 그게 뭐가 대단하냐고요? 아기 용품을 사려면 자연스럽게 아기에게 관심을 갖게 되거든요. 기저귀를 하나 사려고 해도 아기 피부가 어떤지, 발육 정도는 어떤지 살펴야 하니까요. 또 어떤 물건이 좋은지, 우리 아이에겐 어떤 제품이 맞을지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보도 얻게 되고요. 그렇게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엄마 발달 백과’는 왜 없나

그는 “보통 아이는 낳으면 절로 큰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임신과 출산, 육아에는 더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기자 일을 관둔 게 육아 때문만은 아니에요. 육아휴직을 끝내고 2017년 복직한 뒤 ‘내게 정말 맞는 일인가. 일을 하면서 나는 즐거운가. 거시적인 사안보다 내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같은 고민이 커져갔죠.

그 무렵 회사에서 엄마들을 위한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이 일을 아예 내 삶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회사에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선후배들이 있었죠. 저까지 네 명이 의기 투합했고 2018년 7월 웹매거진 ‘마더티브’를 만들었어요.

‘마더티브’는 마더(Mother)와 내러티브(Narrative)를 합친 말이에요. 엄마의 서사를 뜻하죠. 우리는 네이버 포스트와 카카오 브런치에 우리 네 명의 얘기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모두가 엄마였으니까요. 아름답고 신성한 일로만 치부되는 임신과 출산의 현실은 어떤지, 육아에서 중요한 건 뭔지 경험담을 기록했어요. 무엇보다 각자의 얘기를 구체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죠. 우리 모두는 엄마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이나 선택은 모두 달랐으니까요. 제왕절개는 은메달, 자연분만은 금메달처럼 여기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죠. 그래서 우리 뒤에 올 엄마들에게 레퍼런스(참고)가 되고 싶었어요. ‘우리가 입을 열면, 다른 누군가도 말할 용기가 생길 거야. 이런 사소한 서사들이 많아져야 해’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임신과 출산, 육아책의 주어는 모두 아기인 현실에 반기를 드는 의미도 있었어요. 우리는 엄마의 시점으로, 엄마가 중심이 돼 얘기하고 싶었죠.

임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출산은 어땠는지, 자연분만에 실패하면 이른바 ‘루저’인지,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출산 전후 내 몸의 변화는 뭔지, ‘모유양성소’ 같은 산후조리원의 현실, 수면교육의 허상, ‘반반육아’를 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죠. 엄마들이 보면 좋을 책과 영화를 골라 여성주의 관점에서 리뷰도 썼고요.

우리의 글은 많은 엄마들의 관심을 받았어요. 브런치 조회수가 모두 합해 200만 건을 넘어섰죠. 이걸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한 출판사 기획자도 ‘마더티브’의 독자였어요. 그렇게 나온 책이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푸른향기)예요. 우리는 전지적 엄마 시점으로 쓴 ‘엄마 발달 백과’라고 부르죠.

엄마들의 얘기가 왜 필요하냐고요?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했을 때, 회사의 여러 ‘워킹맘’ 선배들을 보면서 감히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워킹맘 선배들은 왜 그렇게 힘들어 보일까. 나는 저렇게 버티고 싶지 않은데. 롤모델이 없구나.’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생각한 롤모델이란 건 일도, 육아도 완벽하게 하는, 존재할 수 없는 이상향 같은 거였어요. 그 선배들이 내 소중한 레퍼런스였다는 걸 깨달은 건 나중의 일이었죠. ‘마더티브’를 하면서 그런 살아있는 레퍼런스를 발굴해 연결하고 싶었던 거예요.

일과 육아 사이의 갈림길에 섰던 워킹맘 10명을 인터뷰한 책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도 그래서 썼죠. 많은 엄마가 ‘일 아니면 전업주부’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그런 새로운 길을 개척한 엄마들이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모성은 희생과 헌신?

그에게 육아를 하며 겪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표정으로 표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이를 키우며 삶이 더 넓고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엄마가 되기 전 나도 ‘내게 모성이 있을까’ 의문스러웠어요. 두렵기도 했죠. 실제 아이를 키우면서 늘 두 감정이 병립했어요. 아이는 정말 소중하지만, 나도 소중하다는 것. 아이는 사랑스럽지만, 육아 때문에 내가 사라져 버리는 듯한 느낌은 정말 싫었어요.

흔히 ‘모성’ 하면, 헌신이나 희생, 사랑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떠올리기 마련이잖아요. 우리 사회가 만든 ‘모성신화’예요. 모성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 감정의 결이 여러 가지죠. 아이를 키우는 일은 행복하면서도 힘들고, 아이는 사랑스러우면서도 미워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마치 부정적인 감정을 거론하면 ‘나쁜 엄마’ 혹은 ‘비정상 엄마’인 것처럼 재단하는 분위기가 있죠. 그러니 엄마들이 자기 감정을 부인하게 되고, 그게 결국 죄책감으로 이어지죠.

지금 그 때문에 힘든 엄마들이 있다면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말해주고 싶어요. 힘든 게 너무나 당연하거든요. 아이 둘을 이른바 ‘독박육아’로 키운 친구가 있어요. 정말 대단한 친구고 완벽한 엄마처럼 여겼었죠.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도 아이를 진짜 베란다 밖으로 던지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고. 우리 모두는 그래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 왜 엄마가 되면 완벽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렇게 해야 좋은 엄마’라며 압박하는 시선도 한몫하죠. 모유 수유가 대표적이잖아요. 아이가 아플 때마다 ‘내가 모유를 안 먹여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건가’ 같은 죄의식을 갖는 엄마들이 많을 거예요. 저만 해도 ‘아이는 남편과 함께 만들었는데, 죄책감은 왜 나만 느껴야 하는 거지’ 싶었죠.

우리의 서사, 우리의 책을 읽으면서 엄마들이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안심했으면 좋겠어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너무 힘들고 지치죠? 아이는 왜 갑자기 아픈지, 수족구 같은 전염병에라도 걸리면 어린이집에 일주일 정도 못 가는데 그럼 아이는 누가 돌볼지 걱정이 태산이죠.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여러 변수 때문에 회사 일을 예전처럼 해내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나고요. 아이 하원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화장실도 안 가고 열심히 일하는데도 말이에요.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 그때 고민이 시작돼요. 그럼 내 경력은 어떻게 되나 불안이 엄습할 거예요.

그런 분들에게 꼭 양자택일만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반드시 지금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처마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는 것처럼 쉬어가도 된다는 것을요. 나는 일과 육아 모두를 잘하려다 고꾸라진 것 아닌가 생각이 들거든요. ‘마더티브’를 창간한 뒤에, ‘창고살롱’까지 만들고 나서 무척 힘들었어요. ‘창고살롱’은 지속 가능한 일과 삶을 만들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죠. ‘마더티브’와 ‘창고살롱’의 업무 형태는 유연했지만, 창업을 했으니 일은 훨씬 많아졌어요. 마치 나를 갈아 넣듯 일에 몰두했죠.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다가오는 게 두려울 정도였죠. 아이가 와도 제대로 신경 써주질 못했고요. 남편이나 아이만 아니면 내가 좀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걸림돌처럼 여겨진 거죠. ‘나는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내게도 엄마가 있었지

그는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아이에게 영향을 받으며 함께 자란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은 올해 6월 제주도, 5월 순천으로 떠난 가족 여행에서. 홍현진 제공

그러다 지난해 결국 ‘번아웃’이 왔죠. 그때 다행히 주위에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견딜 수 있었죠. 스스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걸 인정하고, 그런 처지에서 이게 최선이라고 마인드 컨트롤하려고 노력했어요.

얼마 전 생일에 엄마가 케이크와 함께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너무 열심히 하지 마. 세상에 너보다 중요한 건 없어.”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요. 나는 늘 엄마에게서 독립적인 인격체라고 생각했고, 나 잘난 줄 알고 혼자서도 잘한다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그 메시지를 보고서 ‘아, 나한테도 엄마가 있었구나’ 싶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어릴 때 엄마도 이랬겠구나 싶어서요. 우리 엄마는 전형적인 엄마, 그러니까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엄마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어릴 때 나와 잘 놀아주고 잘 보듬어주는 엄마도 아니었죠. 그런데 제가 그렇더라고요. 남편은 아이와 참 잘 놀아주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고 싶어했죠. 어른이 아이와 노는 게 재미있을 리가 없잖아요. ‘내 엄마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엄마가 되고 나서 ‘세상이 내 맘대로 안 되는구나’라는 걸 절실하게 느껴요. 그 전에는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육아는 그렇지 않아요. 아이가 내 맘대로 크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나는 그간 육아도 일처럼 해오지 않았나 싶어요. 마치 완수해야 할 업무처럼, 성과를 꼭 내야 하는 일처럼. 그런데 깨달았어요. 엄마에는 최고가 없다는 걸,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걸요.

그래서 내 뒤에 올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너무 애쓰지 마세요. 나를 지키고, 내 일을 지키려고 너무 애를 써보니까 알겠더라고요. 그게 오히려 나를 힘들게 했어요. 자신을 지지해줄 사람도 필요하죠. 가깝게는 남편부터 부모, 친구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마더티브’의 선배 엄마들이 기댈 언덕이 돼줄게요.

엄마가 된다는 건 확실히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임신부들을 보면 ‘그 일들을 다 겪어야 되다니’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힘들기만 한 일도 아니죠. 새로운 행복이 있으니까요. 하루 중 내가 정말 순수하게 웃을 수 있는 순간은 아이와 있을 때거든요. 아이 덕분에 내 안에 여유와 사랑이 생겼어요.

육아를 하면서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했고, 내 밑바닥까지 가보는 경험도 했죠.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나’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래서 좋은 건 삶을 더 깊고 넓게 볼 수 있게 됐다는 거죠. 인생의 끝과 끝을 경험해보게 되니까.

‘엄마’에 정답은 없어요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요. 엄마가 된다는 건 내가 아무리 원하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인정하는 과정이기도 하거든요.” 그가 뒤에 올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이한호 기자

흔히 엄마가 아이를 키운다고 믿지만, 실은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함께 자라는 걸 알겠어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아이가 다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생일잔치 때 아이들이 축하카드를 그려서 주고받거든요. 받고 싶은 친구한테 카드를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가 좀 속상해하는 거예요. 좋아하는 친구가 생일인데 자기한테 카드를 달라고 하지 않는다고. 제가 “그 친구한테 결국 카드를 못 주게 되면 어떡하지?”라고 했더니 아이가 “괜찮아. 나도 맨날 마음이 변해” 하는 거예요. 놀랐죠.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자랄 거라고 여겼는데, 아니더라고요. ‘나는 아이를 모르는구나. 내가 피와 살로 키운 존재지만, 어디로 갈지 알 수 없구나. 내 멋대로 아이의 삶을 재단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걸 깨닫고 나면 겸허해져요. 마음이 가볍고 편해지죠. 앞날이 기대도 되고요. 나는 아이를 가진 순간부터 뒤처지면 안 될 것처럼 정답을 향해 달렸는데, 알고 보니 정답은 없을뿐더러 노력한다고 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마더티브’를 채널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 바로 내 뒤에 올 엄마들이 나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나 같은 감정의 터널을 지나지 않도록 하고 싶어서예요. 엄마가 될 걸 생각하면, 두렵고 걱정도 될 거예요. 하지만 누구나 엄마는 처음이에요. 아이가 둘째든, 셋째든. 모든 아이는 다 다른 법이니까요. 그러면 좀 위로가 될까요.

‘마더티브’의 포스트에는 이런 댓글이 많이 달려요.

“이 글을 왜 이제서야 봤을까요.”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내 얘기 같아서 울면서 읽었어요.”

엄마가 된다는 걸 생각하면, 두려움이 크지만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먼저 엄마가 된 여성들의 이야기가 힘이 돼줄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우리의 얘기를 해야 하죠. 그 속에서 대안을 찾고, 만들어가길 바라요. 우리는 서로의 레퍼런스니까요.

김지은 인스플로러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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