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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촉발 펀드는 우리은행 OEM펀드… 이모작 위해 6개월 만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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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라임 사태 촉발 펀드는 우리은행 OEM펀드… 이모작 위해 6개월 만기로”

입력
2021.09.16 04:30
수정
2021.09.16 15:5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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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우리은행 내부 공청회서 내부 폭로
"6개월 만기 펀드 운영 어렵다" 라임 측 재고 요청에
"내부적으로 6개월로 결정... 믿고 베팅하라" 통보
우리은행 "은행은 단순 판매사… 라임 측 일방 주장"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종필 당시 부사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종필 당시 부사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1조6,000억 원 규모 환매중단 사태의 도화선이 됐던 라임자산운용 핵심 펀드가 우리은행에서 주문해 만들어진 이른바 ‘OEM펀드’라는 은행 측 인사의 구체적 진술이 확인됐다. 펀드 판매만 할 수 있는 은행이 펀드 설계와 운용에 개입한 정황이 나오면서, 우리은행 또한 환매중단 사태와 피해자 구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러나 "은행은 단순 판매사에 불과한데, 라임 측이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리은행 내부 공청회에서 "이건 OEM펀드, 출시부터 잘못"

15일 한국일보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라임 펀드 판매를 담당했던 우리은행 핵심 관계자는 2019년 10월 열린 우리은행 내부 공청회에서 “OOO 부행장이 원래는 1년짜리 펀드인데, 이모작하기 위해 6개월 펀드로 나눠서 (라임 측에) 주문을 했다고 자랑했다”며 “이건 OEM펀드, 주문제작 펀드니까 상품 출시부터 분명히 잘못됐다”고 폭로했다.

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 해결을 위해 소집된 당시 공청회에는 우리은행 임원단 및 펀드 관련 핵심 관계자, 우리은행 노조 측 대표, 라임 측 대표 등이 참석했다. 노조 관계자들이 당시 사실관계를 따져 물었으나, 은행 측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이종필 당시 라임 부사장이 나서 "해당 펀드는 라임에서 제안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문제가 된 펀드는 2019년 1월 설정된 ‘톱2밸런스’ 사모펀드로, 투자금을 라임의 모펀드인 ‘플루토 FI D-1호’ 사모펀드 등에 재간접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우리은행은 해당 펀드를 두 달 만에 6,000억 원어치나 판매했다. 당시 수익률이 높다고 알려진 라임 관련 펀드 중 유일하게 만기가 6개월로 짧았던 데다, 우리은행이 판매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라임 투자 피해자들은 우리은행이 당시 이례적으로 6개월 만기 재간접투자 펀드를 내놓은 것은 1년 만기 펀드에 비해 판매 수수료 수익을 갑절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라임 "운용 어렵다" 재고 요청... 우리은행 "믿고 베팅하라"

라임 측은 그러나 펀드 출시 한달 전에 6개월 만기 재간접투자 펀드는 운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은행 측에 전달했다. 플루토 펀드 만기가 1년이라, 톱2밸런스 펀드 만기 시점에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본보가 확보한 우리은행과 라임 측 핵심 관계자 간 카카오톡 대화록에 따르면,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우리 내부적으로 6개월로 결정했다”고 라임 측에 통보했다. 라임 측에서 “회사 분위기가 부정적”이라고 재고를 요청하자, 은행 관계자는 “저 믿고 베팅” “지금 (위에서) 엄청 푸시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도 옥중편지를 통해 “난색을 표했지만, 우리은행이 롤오버(만기 시 재판매)를 약속해 출시됐다”고 주장했다.

2019년 9월 라임 펀드 환매중단 우려가 커지자, 우리은행이 OEM펀드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라임 관계자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라임 측 핵심 관계자는 “우리은행 고위 임원이 이종필 전 부사장 등을 만나 ‘이모작 관련 문제를 제기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며 "대신 ‘라임펀드 환매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전 부사장 도피 이후 라임 측이 OEM펀드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뜻을 전하자, 해당 고위 임원이 라임 사태 이후 도피 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그룹 회장을 내세워 수차례 만남을 청하며 회유했다고도 주장했다. 실제 홍콩계 사모펀드의 라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우리은행 관계자들이 직접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의 OEM펀드 판매 문제를 확인했고, 검찰도 금감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수사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라임 핵심 관계자는 “녹취록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 우리은행의 OEM펀드 문제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이미 검찰에 제출됐는데도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우리은행을 통해 라임 펀드에 가입한 피해자들도 조만간 OEM펀드 판매 등과 관련해 우리은행을 고소할 예정이다.

금융감시센터 회원들이 2010년 10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입구에서 '라임, 옵티머스 사태 관련 불법 행위자 중징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감시센터 회원들이 2010년 10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입구에서 '라임, 옵티머스 사태 관련 불법 행위자 중징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은행 "우린 단순 판매사...투자 손실 초래한 당사자 일방적 주장"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우리은행 측은 "은행은 단순 판매사에 불과하다"며 "OEM펀드 문제는 모 증권사와 라임 간의 문제로 은행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은행 측은 특히 당시 라임 펀드는 재간접투자 펀드 시장 1위 자산운용사였기 때문에, 우리은행이 펀드 상품 출시를 주문할 만한 '갑'의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라임 관계자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라임 펀드를 위법하게 운용해 투자 손실을 초래한 당사자들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홍콩계 사모펀드는 라임이 아닌 다른 펀드와 관련해 제휴했던 투자운용사로, 통상적 심사 차원에서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동현 기자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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