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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쇄신 무산된 '시계 제로' 남양유업... 지분 매각도 장기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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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쇄신 무산된 '시계 제로' 남양유업... 지분 매각도 장기전으로

입력
2021.09.14 19:0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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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임시주총 예상된 결말
이사 선임 안건 등 부결, 내달 다시 임시주총 예정
홍원식 회장 '지분 매각', 소송으로 장기화될 듯

남양유업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주총을 마친 주주들이 밖으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주총을 마친 주주들이 밖으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의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임시주주총회를 열었지만 경영진 교체도, 매각도 모두 미뤄졌다. 반면 지난 5월 사퇴를 약속한 홍원식 회장 등 오너 일가는 경영 일선에 그대로 남으며 남양유업의 앞길은 '시계 제로' 상태가 됐다.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는 이사 신규 선임과 정관 일부 변경, 감사 선임까지 3개 안건이 12분 만에 부결 또는 철회됐다. 이번 임시주총은 애초 지난 7월 30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홍 회장이 연기를 선언해 미뤄졌다. 하지만 홍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이미 계약 해제를 통보한 상태라 임시주총도 오너 일가 의도대로 마무리될 것이란 예측이 무성했고, 결과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한앤코 관계자는 "계약이 아직 유효한 상황에서 관련 안건이 부결된 점은 유감"이라며 "거래 종결 의무 이행 등 소송은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남양유업은 다음 달 다시 임시주총을 열기로 했다. 남양유업은 "내달 임시주총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임원진 변동 및 이사회 재구성 등 실질적인 쇄신안들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퇴진 여부도 다음 달이나 돼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 5월 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 회장은 이날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약속대로 내려오지 않았다. 오대근 기자

지난 5월 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 회장은 이날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약속대로 내려오지 않았다. 오대근 기자

홍 회장은 매각 번복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다음 임시주총에서 신임 대표가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가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가 철회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남양유업이 신임 대표를 찾아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다만 남양유업은 "박 대표를 신임 대표로 내정한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경영쇄신의 열쇠인 홍 회장 일가의 남양유업 지분 매각은 소송전이 불가피해 장기전으로 흐를 전망이다. 홍 회장은 앞서 재매각 의지를 밝혔지만 법원이 인용한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에 묶여 당장 매각 기회 자체가 막혔다.

업계에선 홍 회장이 한앤코와의 소송을 마무리한 후 더 높은 매각가를 제시할 새로운 매수자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홍 회장이 기업 가치보다 낮은 매각가를 제시했다는 게 이렇게 예상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홍 회장이 신임 대표를 앉혀놓고 외부적으로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조치를 취한 후 더 높은 가격에 인수할 매수자를 찾지 않을까 싶다"며 "소송에서 져 위약금을 물더라도 그쪽이 유리하다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소송기간에 홍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기업가치가 하락해 새로운 매수자를 찾는 작업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가리스 파문'으로 인한 타격이 길어지는 상황에 소송전으로 가면 신뢰 회복은 난망해질 것"이라며 "시간이 길어지는 게 남양유업에 유리한 방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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