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25일 시행, 온라인 여전히 사각지대
"펀드 가입자 50%, 상품 설명·약관 안 읽는다"
내년 5월 가이드라인 마련, 늦장 대응 지적
'은행 창구에선 한 시간, 온라인은 단 5분?'
오는 25일 정식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일선 은행 창구와 달리 온라인 상품 가입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 5월까지 온라인 시장에서도 적용할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고객 지치게 한 금소법, 온라인선 호구 만든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 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금소법은 유예 기간 6개월을 거쳐 오는 25일부터 정식 시행된다. 금소법에 따라 금융사는 소비자에게 펀드, 예·적금, 대출, 보험 등 상품 정보를 꼼꼼하게 공지해야 한다.
금융사가 준수해야 하는 6대 판매 원칙 중 특히 설명 의무 원칙은 순식간에 이뤄졌던 상품 가입 과정을 180도 바꿔놓았다. 은행 창구 등 대면 영업 현장에선 직원이 금융 소비자에게 일일이 상품 구조, 약관 등을 설명하면서 상담에만 20~30분 걸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금소법이 대면 영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의 금융 상품 가입은 규제 무풍지대다. 이날 기자가 한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펀드 상품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가장 첫 단계인 투자 성향 확인은 소요 시간이 대면 가입 때와 비슷했다. 하지만 이후 상품 설명서, 약관을 확인하고 가입을 완료하기까지의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대면 상담에서 가장 공들여 설명하는 상품 구조 및 약관은 스마트폰 화면에 문서 형태로 뜨긴 했다. 은행 측도 '펀드 상품을 가입할 경우 주요 내용을 설명 들어야 하며, 필수 서류(투자 설명서·약관 등) 확인으로 설명 절차를 대신 한다'는 문구로 자세히 읽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이 안내는 강제력이 없었다. 문서를 잘 보지 않고 '확인했음' 버튼을 눌러도 상품 가입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직원이 핵심 내용 다시 설명하는 절차 필요"
실제 지난해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펀드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온라인 채널 가입자의 50.6%가 '투자 설명서나 약관 파일을 열어보기만 하고 읽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금융위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달 관련 협의체를 첫 가동했다. 온라인 판매에 적용할 설명 의무 가이드라인은 내년 5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이면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건 금소법 취지와 맞지 않다"며 "해외 사례 등을 연구해 관련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5월까지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겠다는 목표가 늦장 대처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소법이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점에 비춰보면 금융위가 1년 넘는 기간을 손 놓고 있었던 셈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내년 5월에 온라인 판매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해도 정착하기까진 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온라인으로 상품 가입 시 금융사 직원이 전화로 핵심 내용을 다시 설명하고 가입 의사를 재차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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