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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짚은 서울형 배달라이더 상해보험

입력
2021.09.13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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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서 배달라이더가 비를 맞으며 길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서 배달라이더가 비를 맞으며 길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일대는 산재 신청하는 라이더 본 적이 없네요.'

배달 라이더 산재휴업급여가 최저임금이라 문제라는 이야기가 오고 가자 한 조합원이 내뱉은 한숨이다. '일대'는 '일반대행'의 줄임말이다. 배민커넥트나 쿠팡이츠처럼 큰 플랫폼과 직접 위탁계약을 맺는 라이더와 달리, 동네배달대행사와 위탁계약을 맺는 라이더를 '일대 라이더'라 부른다.

6월 한 달 동안 배민 앱으로 접수된 배달주문 건수가 1억 건이다. 이 중 8%만 자체 배달서비스인 배민커넥트 라이더가 수행했고, 92%는 일대 라이더들이 수행했다. 일대 라이더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노동환경에 대한 관심은 적다.

마침 서울시가 일대 라이더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형 배달라이더 상해보험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라이더들이 전속성 기준, 산재보험료 부담, 사장의 거부로 산재가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민간 상해보험으로 보호한다는 내용이다.

잘못된 내용이지만 많은 언론에서 그냥 받아썼다. 실태조사보고서를 확인해보니 전속성 기준 때문에 산재가입을 못했다고 대답한 라이더는 7.4%에 불과했다. 라이더 전속성 기준이란 한 개 업체에만 산재가입이 가능하고, 월 97시간 이하로 일하거나 월 116만4,000원을 벌지 못하면 산재가입을 막아놓은 문턱이다. 음식배달은 순간적인 배달 수요가 많기 때문에 라이더가 여러 개의 플랫폼을 사용할 여유가 없다. 일대 라이더들은 위탁계약서를 쓰지만 업체로부터 근태관리를 받는 경우가 많고, 다른 플랫폼 사용을 금지당하는 경우도 있다. 라이더 동선을 실시간으로 일대 사무실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배달회사의 배달을 위해 구역을 벗어나는 순간 들키게 된다. 40.8%의 라이더는 본인이 부담해야 할 산재비가 얼만지 모른다고 답했다. 액수를 모르니 부담을 느낄 수도 없다. 라이더가 내야 할 월 산재보험료는 1만5,190원이다. 이마저도 내년 6월까지 50%를 경감해줘 월 7,595원만 내면 된다.

서울시는 특고노동자는 산재보상이 어렵다고 했는데, 근로기준법으로 보호하기는 싫지만 산재라도 보상해주려고 만든 게 바로 특고다. 산재가입을 안 해도 가입한 걸로 보고 근로복지공단에서 보상해준다. 이는 근로자도 마찬가지인데 사업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산재가입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더 산재는 2017년 3월 의무화됐다. 무수한 라이더들이 부러지고 죽고 소송을 걸고 투쟁해서 만든 소중한 제도다. 올해 7월 1일부터는 큰 구멍이었던 산재적용제외신청제도에 사유제한이 생겨 사실상 모든 라이더가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시점에 서울시가 산재보상이 어렵다는 잘못된 정보를 주면서 민간보험을 추진하는 것은 지자체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라이더들이 산재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 1위는 산재를 잘 몰라서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상해보험공약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위해서였건, 배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였건 서울시의 이번 발표로 라이더들은 산재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민간보험으로 낮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회보험보다 좋은 민간보험이 있을 리 없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일하다 다치면 일단 산재신청을 하라고 홍보하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불승인을 받은 라이더를 지원하는 보험을 만들어 산재홍보와 사각지대 해소를 함께 도모해야 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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