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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유전성 망막 변성' 치료제 투여

입력
2021.09.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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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세계 유일 유전자 치료제 '럭스터나' 치료

김상진(왼쪽)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가 국내 처음으로 유전자 치료제인 럭스터나를 투여해 유전성 망막 변성 환자를 치료했다. 김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삼성서울병원 제공

김상진(왼쪽)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가 국내 처음으로 유전자 치료제인 럭스터나를 투여해 유전성 망막 변성 환자를 치료했다. 김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안과 분야 세계 유일 유전자 치료제인 '럭스터나(Luxturna)'의 수술적 투여에 성공했다. 럭스터나는 RPE65 유전자 변이가 있는 유전성 망막 변성 치료제로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RPE65 유전자 변이는 망막의 시세포 기능을 떨어뜨리는 ‘레버 선천 흑암시(Leber’s Congenital Amaurosis)’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PE65 유전자 변이가 생기면 빛이 시신경으로 전달되기 어려워 심한 야맹증과 시력 저하, 시야 협착이 나타나고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럭스터나는 인체에 무해하도록 만든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에 RPE65 정상 유전자를 복제한 뒤 환자 망막에 투여해 변이 유전자 대신 정상 유전자가 작동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김상진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팀은 지난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럭스터나를 20대 여성 레버 선천 흑암시 환자에게 투여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환자는 생후 5개월 무렵 처음 저시력증 진단을 받았다. 창문을 멍하니 응시하거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고 한다. 실명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도 들었다.

수술 전 시력은 양안 모두 0.1 이하로 안경 등의 도움을 받아도 더 이상 시력을 교정하는 건 어려웠다.

시야도 매우 좁아 중심부 아주 일부 시야만이 남아 있고 이마저도 점차 좁아지고 있었다. 간신히 사물을 구별하는 정도였다. 극심한 야맹증으로 해가 지면 바깥 출입은 아예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의료진은 유전 진단을 통해 환자의 RPE65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럭스티나는 미국ㆍ유럽 등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정식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였다. 김 교수는 럭스터나 판권을 가진 노바티스에 도움을 요청했고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었다.

수술 후 환자 상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평가하는 방법도 김 교수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직접 만들었다.

환자는 수술 후 시력도 다소 좋아지고 시야도 넓어졌다. 가장 중요한 야맹증 증상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럭스터나 투여 전 검사에서는 150럭스(lux)까지 조도를 올려야 화살표를 따라 길을 찾아 걸을 수 있었지만 수술 후 훨씬 낮은 밝기인 10럭스 조도에서 스스로 화살표를 보며 길을 찾아 검사를 통과했다.

150럭스는 맑은 날 해 뜨기 30분 전 정도의 밝기이고, 10럭스는 도시에서 해가 지고 한 시간 정도 후의 밝기다. 일상생활을 위한 야간 시기능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환자는 “세상이 이렇게 환한 줄 미처 몰랐다”며 “평소 영화관을 가고 싶었지만 용기 내지 못했는데 혼자서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선 안과 의사들도 유전성 망막 변성은 ‘불치 병’이라고 단정하고 유전 진단을 시도하는 것조차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며 “아직 한 가지 유전자 치료제만 나와 있지만, 수 년 내 여러 유전자 치료제가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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