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벌초ㆍ성묘할 때 가을 감염병 주의하세요

입력
2021.09.10 20:10
0 0

쓰쓰가무시병ㆍSFTSㆍ유행성출혈열ㆍ렙토스피라증 등 유행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한 가족묘지에서 벌초객이 풀을 베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한 가족묘지에서 벌초객이 풀을 베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이맘때는 조상님의 묘를 찾아 벌초와 성묘를 한다. 여름 내내 웃자란 잔디를 정리하고 잡초를 뽑는다. 묘 주위에 뜬금없이 삐어져 나온 잡목도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선뜻 발걸음을 옮기기 어렵다.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한다고 해도 일가친척이 모두 모이는 건 부담이 따른다. 이 때문에 벌초를 가족 단위로 줄이거나 대행업체에 맡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벌초나 성묘가 아니더라도 이맘때 야외 활동을 하게 되면 조심해야 할 질환이 있다. 쓰쓰가무시병, 유행성 출혈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렙토스피라증 등 가을철 감염병이다.

김시현 가톨릭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매년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9~11월에는 진드기ㆍ설치류 등을 통한 감염병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이 시기 야외에서 벌초나 등산, 작업을 할 때는 긴소매ㆍ긴바지ㆍ작업화 등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야외 활동 후 2주 이내에 고열이나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9~11월 가을철 감염병 유행…증상 발현 즉시 병원 찾아야

쓰쓰가무시병은 얕은 풀밭에 서식하는 털진드기에 기생하는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Orientia tsutsugamushi)균이 원인이다.

쓰쓰가무시병 잠복기는 보통 1~3주다. 외부 활동 1~3주 후 갑자기 오한이나 40도 가까운 고열ㆍ두통 등이 나타나고, 기침ㆍ구토ㆍ근육통ㆍ복통ㆍ인후염이 동반된다. 발진과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까만 괴사 딱지(eschar)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진드기에 물린지도 모른 채 생활하다가 증상 발생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쓰쓰가무시병은 항생제 치료에 잘 반응하고 대부분 2주 이내에 호전된다. 하지만 진단이 지연되거나 일부의 경우 폐렴ㆍ급성 신부전ㆍ뇌수막염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30~60%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ㆍSFTS)은 2009년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감염병으로 SFTS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ㆍ일본에서만 발생되고 있다.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제나 예방백신은 없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치사율이 10~30%로 높은 편이다.

SFTS는 참진드기의 일종인 작은소피참진드기가 매개체로 추정된다. 제한적이지만 환자의 체액과 혈액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2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 36명의 환자가 처음 보고된 이후 2016년 165명, 2019년 223명이 발생했다.

증상은 보통 4~15일의 잠복기를 거쳐 38~40도에 이르는 고열ㆍ혈소판 감소ㆍ구토ㆍ백혈구 감소 등이 동반된다. 중증의 경우 근육 떨림ㆍ혼동ㆍ혼수 등 신경계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은 가볍게 앓거나 자연 치유되는 경우도 많다.

김시현 교수는 “진드기 흡혈 시 무리하게 떼어내면 진드기 일부가 피부에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야외 활동 후 발열 등 증상이 있으면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쓰쓰가무시병ㆍSFTS는 진드기, 유행성 출혈열은 쥐 분변으로 감염

유행성 출혈열은 콩팥 염증과 급성 출혈을 일으켜 ‘신(腎)증후군 출혈열’로 불린다. 원인은 한타바이러스다. 들쥐의 72~90%를 차지하는 등줄쥐 등 설치류 타액, 소변, 분변 등이 건조되면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증상은 평균 2~3주의 잠복기를 거친 후 몸살ㆍ장염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일반적인 몸살이나 장염과 달리 피부 홍조ㆍ점상 출혈ㆍ결막 충혈 등이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열기, 저혈압기, 핍뇨기(소변량 감소), 이뇨기(소변량 증가), 회복기 등 5단계의 임상 경과를 보인다.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치사율은 2~7%로 알려진다.

다행히 유행성 출혈열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1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면 95% 이상 항체가 생성된다.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된 쥐 등 설치류ㆍ소ㆍ돼지ㆍ개 등의 소변 등에 노출돼 발생하는 렙토스피라증도 주의해야 한다. 렙토스피라증은 9~11월에 주로 발생하고 고열ㆍ근육통ㆍ두통ㆍ설사ㆍ발진ㆍ결막 충혈 등이 나타난다.

◇풀숲 등 야외 활동 삼가고 청결 유지해야

가을철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진드기ㆍ들쥐 등이 있는 풀숲 등 야외 활동을 줄여야 한다. 부득이 야외 활동을 한다면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야외 작업을 할 경우에는 일상복이 아닌 작업복을 구분해 입는다.

소매와 바지 끝은 단단히 여미고 토시와 장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풀밭에 앉을 때는 돗자리를 사용하고 사용한 돗자리는 씻어 햇볕에 말린다. 풀밭에 옷을 벗어놓거나 눕지 않도록 하고 용변을 보는 일도 삼간다.

야외 활동 후에는 입었던 옷을 즉시 털고 반드시 세탁한다. 귀가하면 곧바로 샤워나 목욕을 하고 머리카락ㆍ귀 주변ㆍ팔 아래ㆍ허리ㆍ무릎 뒤ㆍ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지 않은지 꼼꼼히 확인한다.

김시현 교수는 “풀밭이나 밭 등에서 야외 활동 후 일정 기간 지난 뒤 갑자기 고열과 함께 구토ㆍ설사ㆍ복통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가을철 감염병 가능성을 고려해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와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특히 고령인이나 만성질환자는 감염 시 사망률이 높아지는 만큼 야외 활동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