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나흘 만에 윤석열·손준성 입건?
손준성·김웅 자택 사무실 등 압수수색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등 4개 혐의
"국민적 의혹 제기… 증거인멸 훼손 우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입건하는 강수를 뒀다. 공수처는 진상규명을 위한 '키맨'으로 꼽히는 손준성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를 위한 포문을 열었다. 공수처가 고발장 접수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대선 국면에 돌입한 정치권도 요동치게 됐다. 국민의힘은 "심각한 야당 탄압"이라 반발했다.
10일 공수처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총장과 총장 재직시 그의 최측근이던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두 사람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가지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 6일 공수처에 4가지 혐의를 포함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를 통해 야당에 자신과 가족, 한동훈 검사장을 공격한 범여권 인사를 고발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손 검사는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고발장과 판결문 등을 보낸 의혹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검사와 수사관 23명을 동원해 손 검사의 대구고검 사무실과 자택, 김웅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과 자택, 지역구 사무실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두 사람의 차량과 휴대폰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공수처에서 전날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 없이 모두 발부됐다.
공수처는 전날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한 뉴스버스 기자와 제보자 조사를 마친 뒤, 두 사람 진술을 바탕으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정치적 논란이 많은 이슈로 사실관계를 신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증거인멸 훼손 우려도 컸다. 죄가 있냐 없냐는 그 다음 문제"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선 직권남용 혐의 적용 여부에 초점을 두고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권남용 혐의는 검찰 수장의 직무권한 내에서 부하직원인 손 검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범죄구성요건이 충족돼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고발장 작성 및 전달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정황은 아직 드러난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손 검사와 김웅 의원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한 뒤, 윤 전 총장 관여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김웅 의원은 입건되지 않았지만, 손 검사 수사와 관련해 중요 참고인으로 분류돼 압수수색을 받았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아닌 중요 사건 관계자도 압수수색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대해 "심각한 야당 탄압으로 법적 근거 없는 정치쇼"라며 강력 반발했다. 윤석열 캠프도 "정권 눈치를 보는 권력기관의 정치개입이 노골화됐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김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법 압수수색임을 주장하며 제지하면서 11시간여 대치 끝에 중단됐다. 공수처는 "법원 판단과 결정에 따라 이뤄지는 수사기관의 적법한 행위를 다수의 힘으로 방해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영장 재집행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중립·독립·객관성을 지향하는 수사 태도를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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