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정황 잡았나" 관측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이례적으로 '초고속 수사'에 착수하자,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발장을 접수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제보자 조사 하루 만에 핵심 수사 대상들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공수처가 증거인멸과 훼손 정황이 포착돼 전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진상규명 요구에 공수처보다 신속히 움직인 곳은 검찰이었다. 지난 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최초 보도 반나절 만에 김오수 검찰총장은 진상조사 지시를 내렸다. 대검 감찰부는 손준성 검사가 근무했던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컴퓨터 등을 확보하고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제보자 휴대폰을 제출받아 고발장과 판결문 등이 텔레그램을 통해 '손준성 검사 → 김웅 의원 → 제보자'에게 전달된 과정을 확인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제보자를 통해 핵심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대검의 수사 전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대검에서 유의미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수사전환 시점을 대검이 정할 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수사 착수는 공수처가 더 빨랐다. 공수처는 전날 뉴스버스 기자와 제보자를 조사한 뒤, 당일 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공수처는 다음 날 오전 손 검사와 김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가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의 고발장을 접수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본격 수사에 나선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의 발빠른 움직임을 두고, 공수처가 의혹 대상자들의 증거 인멸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손 검사와 김 의원 등 수사 대상자들이 법률전문가라는 점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은 데다, 말 맞추기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공수처가 이날 압수한 두 사람의 휴대폰은 사건 발생 시점인 지난해 4월에 사용하던 휴대폰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인멸이나 훼손 우려가 컸기 때문에 굉장히 시급했다"며 "진행 중인 다른 사건보다 우선 수사 대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수처의 속도전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 야권 후보와 직결된 수사에 성급히 뛰어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입건한 윤석열 전 총장과 손준성 검사에 대해 아직 뚜렷한 범죄 혐의가 발견된 것 같지는 않다"며 "고발 접수를 발판 삼아 수사에 나섰다가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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