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4ADS "밀수 위해 선박 세탁으로 대북제재 회피"
국제사회 제재 대상 선박 2척, 식별정보 세탁해 등록
IMO "부정등록 해결 노력"
9일 미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가 공개한 팔라우 선박 '킹스웨이'가 식별정보 세탁한 정황. 위성사진업체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박의 식별정보를 속이는 이른바 ‘선박 세탁’으로 밀거래를 해온 정황이 포착됐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북 제재를 회피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 해당 선박에 부여된 고유 식별표식을 세탁해 정상 등록된 표식을 활용해 운항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불법으로 규정된 선박은 정상 식별표식을 확보해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전송 과정에서 정상적인 선박으로 파악되도록 하는 새로운 수법을 썼다. 기존에는 선박 외관을 바꾸거나 AIS로 가짜 데이터를 보내는 식으로 제재를 피해왔다.
센터는 팔라우의 선박 ‘킹스웨이’와 토고 선박 ‘서블릭’ 등 2척이 이번 선박 세탁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킹스웨이는 북한 유조선과 선박대 선박 간 이전에 관여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받고 2018년 에이팩스(APEX/SHUN FA)라는 배로 세탁했다. 서블릭도 미 재무부가 지정한 대북제재 위반 주의 선박이다. 서블릭도 ‘하이저우168’로 둔갑했다.
서블릭은 2018년 2월부터 위치를 알리는 AIS 전송을 중단해 행방이 묘연했다. 센터는 서블릭이 식별정보 세탁으로 올해 6월까지 북한을 정기적으로 드나들었다고 보고 있다. 서블릭은 태국 선적 유조선 ‘스무스시28’로 중간 세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무스시28은 2016년 12월부터 태국 방콕의 항구에 정박하면서 20개월 동안 새 배처럼 개조 작업을 거쳤다. 작업을 마친 2018년 9월 중국의 푸젠 조선소에 입항했고, 당시 조선소는 ‘스무스시22’ 선박을 새로 만들었다. 서류상으로 두 선박은 크기는 물론 기계적인 세부사항까지 거의 같다.
새 선박인 스무스시22로 국제해사기구(IMO)로부터 새 식별번호를 부여 받은 뒤 스무스시28이 이를 실제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무스시28의 소유권은 밀라이언R 국제무역이란 곳으로 넘어갔다. 이곳은 제재 선박인 서블릭 소유 업체다. 스무스시28은 하이저우168로 명칭을 바꿨고, 2018년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서블릭은 하우저우168의 식별번호를 사용하며 항해를 시작했다.
센터는 “그 후 2년간 서블릭은 하이저우168 식별번호를 사용해 중국과 대만 영해에 정박하고 북한을 오가면서 억류 위험 없이 자유롭게 다닌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며 “이는 해양 규제당국에 전례 없는 도전은 물론 글로벌 해상운송 업무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IMO 대변인은 모든 불법 행위가 IMO에 보고돼 해결돼야 한다며 “관련 국가 해양 당국의 승인ㆍ양해가 없는 선박 등록을 포함한 부정 등록 및 이와 관련한 불법 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독립 기구들이 유엔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있지만 낮은 수준에서 제재 회피 행위를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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