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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수소선언, 환경단체가 비판하는 이유는?

입력
2021.09.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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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은 커지지만 정작 관련 이슈와 제도, 개념은 제대로 알기 어려우셨죠? 에코백(Eco-Back)은 데일리 뉴스에서 꼼꼼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환경 뒷얘기를 쉽고 재미있게 푸는 코너입니다.


최근 다시 한 번 수소차가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2028년까지 버스, 트럭 등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차를 넣겠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선언이 계기였습니다. "승용차에 비해 운행 거리가 많은 상용차를 수소차로 바꾸면,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입니다.

참 좋은 듯한데, 막상 기후·환경단체들은 그게 아니라며 비판합니다. 수소 생산방식을 고려해보면, 수소차는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 속사정은 이렇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초록? 회색? 파랑? ... 수소도 수소 나름이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린수소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브라운수소 4가지로 나뉩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서 생산합니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궁극의 친환경에너지라 불립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입니다.

그린 이외 나머지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물에 함유된 수소를 빼내는 방식입니다. 석유화학이나 철강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부생수소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레이수소 1톤당 대략 1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블루수소는 그린과 그레이의 중간 단계로 그레이수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방식입니다. 브라운수소는 석탄이나 갈탄을 쓰는 방식이라, 수소 생산 방식 중 최악으로 꼽힙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쓰겠다는 수소는 90% 이상이 그레이수소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향후 블루수소를 개발해 활용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해법이 될까,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대목이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스탠퍼드대와 코넬대는 블루수소라 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져보면 그레이수소의 90%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의미있는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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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전기차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

거기다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세계에서 수소차 보급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꼽힙니다. 이곳의 연료전지업체인 '퓨얼셀 파트너십' 보고서를 보면,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에너지를 더 씁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가 내놓은 '수소 전략보고서'를 봐도 수소차의 에너지 효율은 전기차의 절반 정도라고 나옵니다.

또 수소차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만만치 않습니다. 충전소를 세워야 하는데 1곳당 설치 비용이 30억 원 수준입니다. 안전 등을 감안하면 운영비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수소충전소를 운영해보니 1곳당 적자가 1억 원이 넘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지난해 환경부가 수소충전소 12곳에 지원한 돈이 13억7,000만 원이니까요.

여기다 수소는 생산단가도 만만치 않습니다. 현재 수소 가격은 1㎏당 약 8,000원 정도인데, 원가가 6,600~6,700원입니다. 이것도 그나마 그레이수소라 싼 편이고 앞으로 블루, 그린수소가 개발되면 가격은 더 오를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5월부터 그린수소만 판매하는 충전소 운영을 시작했는데, 요금이 1㎏당 무려 1만5,000원이었습니다. 2배 가까이 되는 금액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중에서도 "생산단가가 비싼 수소를, 효율이 낮은 수소차에 꼭 써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성호 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소 1㎏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전기 양과 이를 압축·저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등을 고려하면 수소 에너지는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7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수소충전소에서 관계자가 수소차 충전을 하고 있다. 뉴시스

7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수소충전소에서 관계자가 수소차 충전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해외의 대세는 전기차... 현대차는 뒤집을 수 있을까

이런 이유들 때문일까요. 해외 자동차 업체 중 수소차를 내세우는 회사들은 최근 잘 보이지 않습니다. 미래 기술이기에 다양한 분야에다 한 발 걸쳐 둘 것만 같은데도요.

독일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로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예 "수소차는 가능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아우디는 2026년부터,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그룹도 2030년부터 오로지 전기차만 내놓겠다고 합니다. 자동차 회사 중 가장 먼저 수소차 판매 승인을 받았던 일본의 혼다 역시 지난 6월 '수소차 개발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아예 수소차 문제를 두고 "선진국 경쟁자들이 떠난 시장에서 한국만 남아 기술과 시장점유율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며 "과학적 현실을 직시해 수소차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전기차 전환과 재생에너지 전력 보급에 집중해야 한다"고 아주 격한 비판을 내놓기도 합니다.

현대차는 향후 기술 개발로 수소차를 둘러싼 여러 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BMW도 여전히 수소차를 연구, 개발 중이라 합니다. 사실 미래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요즘 각광받는 전기차 또한 최근 배터리 기술의 급격한 발달에 힘입은 바가 크니까요. 수소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현대차는 이 비관적 전망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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