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성공 시 사실상 20여 년 만에 민영화 완성
"시장에 잠재적 투자 수요 확인"... 경쟁입찰 방식 택해
정부가 우리금융 잔여 지분 15.13% 중 최대 10%의 물량을 매각한다.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예금보험공사의 최대주주 자격이 사라지면서 우리금융은 20여 년 만에 민영화가 된다.
9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잔여지분 15.13% 중 최대 10%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겠다고 공고했다. 최소 입찰물량은 1%이며, 원칙적으로 입찰가격 순으로 낙찰된다. 4% 이상 지분을 취득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우리금융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올해 4월 우리금융 지분 2%(1,445만 주·1,493억 원어치)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했던 정부는 이번에는 희망수량 경쟁입찰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시장에 잠재적 투자 수요가 있어 유효 경쟁이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자위 측은 "희망수량 경쟁입찰은 블록세일에 비해 장기 투자자 유치가 가능하고, 대량 지분을 매각함에도 주가 하락 우려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찰되는 경우엔 블록세일로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율은 10% 미만이 된다. 현재 예보가 추천해 선임하고 있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비상임이사 선임권이 다른 주주에게 넘어간다는 뜻이다. 국민연금(9.8%)을 제외하면 민간 주주가 최대주주로 자리 잡으면서 사실상 완전한 민영화가 달성된다. 예보는 금융위가 2019년 발표한 우리금융 잔여 지분 매각 로드맵에 따라 2022년까지 완전 매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로 금융회사들이 연쇄 도산 위기에 몰렸던 1998년부터 한빛은행과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에 12조8,000억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이들을 모아 2001년 최초의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을 설립했다. 2004년 이후 본격적으로 우리금융 지분 매각 과정이 진행됐고, 분리 매각 등을 통해 현재까지 89.6%에 달하는 11조4,700억 원가량의 공적자금이 회수됐다.
정부는 우리금융 주가가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올해가 매각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우리금융 주가는 1만700원대로, 6,000~9,000원대에 머물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오른 상태다.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손익분기점'(1만3,800원)이나 원금 기준 적정 주가(1만2,350원)에 비해선 한참 낮지만, 민영화 시계를 마냥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자위는 "입찰 예정가격은 마감 직전 주가 수준, 기업 가치, 공적자금 회수 규모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이후 남는 잔여 지분은 완전 민영화에 따른 장점 등을 충분히 감안해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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