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번역 출간
폼페이 등 '도시 멸망 탐사 르포르타주'
"우리는 종말 아닌 변화의 긴 여정에 있을 뿐"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2050년쯤에는 도시 인구가 7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증유의 감염병 경험과 함께 도시 생활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비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발생의 경우에도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에는 그 피해도 집중된다. 그래서 도시의 운명과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편리함과 문화적 혜택으로 무장한 '도시의 시대'는 이대로 지속 가능한 것일까.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는 이 같은 의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인류 과거의 비극에서 찾은 책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SF 소설가인 애널리 뉴위츠는 인류 역사에 나타난 종말을 맞은 도시 중 극적인 4개의 사례, 차탈회윅·폼페이·앙코르·카호키아를 찾아 비극의 배경을 추적한다. 도시라는 인류의 계속되는 사회적 실험에서 어려움을 바로잡는 방법을 배우기 위함이다. 저자는 서문에 "우리는 우리의 잘못으로부터 가장 좋은 방법을 배운다"고 적었다.
'도시 멸망 탐사 르포르타주'라는 부제에 걸맞게 저자는 이들 도시의 흔적을 수년간 찾아다니며 고고학 연구자들을 취재했다. 극적인 소멸의 순간에만 집중하는 대신 오래 생존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도시를 죽게 만드는 선택을 해야 했던 이유를 밝히려는 취지다.
책은 터키 아나톨리아의 차탈회윅 유적을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약 9,000년 전 신석기 시대에 건설된 차탈회윅은 인구가 최대 2만 명에 이르렀던 대도시로, 1,000년 이상 유지됐다. 기원전 6000년경 이 도시가 사라진 데 대해 저자는 지중해 동안 지역에 닥친 가뭄과 사회 구조상 문제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한 장소에 영구히 정착한다는 생각이 파격적이었던 시기인 만큼 이 도시를 떠난 사람들 대부분은 도시 생활 자체를 거부하고 유목 생활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뒤덮인 로마제국의 휴양도시 폼페이와 관련해서는 "도시의 소멸이 그 도시를 떠받치고 있던 문화의 붕괴를 동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폼페이 생존자 연구를 한 고전학자와의 만남을 통해 폼페이 난민들이 나폴리 등 자신들이 잃어버린 도시와 비슷한 도시를 찾아내 생활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서기 800년부터 1400년 사이에 존재한 앙코르는 잘못된 지배층과 잘못된 도시 계획이 기후 변동과 결합되면서 점진적으로 후퇴했다.
미국 미시시피 강변의 중세 도시 카호키아는 전성기였던 1050년 인구가 3만 명까지 폭증했다. 1350년까지 이어진 카호키아는 유럽인이 오기 전까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카호키아는 영적 지도자들이 건설한 도시다. 따라서 저자는 이 도시가 폐기된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도시의 소멸이 문화적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한다. 한 도시의 주민이 작은 마을들로 쪼개지는 것은 그저 변화일 뿐이며, 그 도시의 문화는 여전히 생명력을 지닌다는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네 도시의 형성과 성장 요인은 다르지만 오랜 정치적 불안정에 기후 위기가 겹쳤다는 공통적 쇠퇴 요인이 있다. 이는 기후 변화와 정치 불안정을 마주하고 있는 현대 도시 거주자들 역시 전 세계적으로 도시를 폐기하는 시기로 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저자는 밀집된 정착지가 사라지면 문화도 소멸한다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식 '문명의 붕괴' 주장에는 반기를 든다. 그는 4개 도시의 사례에서 도시인들이 많은 재난 이후 재건을 통해 문화와 전통은 살려냈다고 풀이한다. 그러면서 "도시 버리기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가장 귀중한 교훈은 인간 공동체가 매우 탄력성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책을 위한 자료 조사를 7년 전부터 시작했지만 책은 올해 초에야 미국에서 출간됐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도시 중 임의적으로 택한 4개의 사례에서 찾은 너무 작은 표본의 결론이기는 해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의 삶을 불안해하는 독자들에게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도시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위로하는 책이다.
"거의 모든 세대는 자신들이 종말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명이 크게 붕괴해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된 적은 없었다. 대신에 오직 변화의 긴 여정이 있었을 뿐이다."(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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