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알림이에 엉뚱한 주소… '전자발찌범, 미성년 성폭행' 못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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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범죄자 알림이에 엉뚱한 주소… '전자발찌범, 미성년 성폭행' 못막았다

입력
2021.09.08 04:00
수정
2021.09.0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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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거주지와 알림이 등록 거주지 달라
등록 안 된 동대문구 자택서 재범 발생
법무부 "경찰에 확인 요청" 경찰 "요청 온 바 없다"
전문가들 "제도 공백… 컨트롤타워 둬야"

전자발찌.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3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성범죄 전과로 법원으로부터 거주지를 포함한 신상정보공개 명령을 받았지만, 정작 성범죄자 알림e(알림이)를 통해 공개된 거주지에는 엉뚱한 주소가 기재돼 있었다. 법무부와 경찰의 안일한 행정 탓에 또 한 명의 미성년자가 성폭행 범죄의 희생양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거주지는 동대문구, 신상공개 주소는 중랑구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33)씨는 7월 말 서울 동대문구 자신의 집으로 미성년자 B양을 끌어들여 성폭행했다. A씨는 2009년과 2010년 미성년자 3명을 성폭행한 죄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출소 이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고 5년간 신상정보공개·고지 명령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실거주지에서 버젓이 재범을 저질렀다. 익명 채팅방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B양을 유인했다. 그러나 B양은 물론 이웃 주민들도 그곳이 성범죄자 A씨의 집이란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알림이 실제 거주지는 서울 중랑구 주소로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법무부 보호관찰소는 재택감독장치를 범행이 이뤄진 서울 동대문구 거주지에 설치해 놓고도, 잘못된 주소가 신상정보로 공개되기까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경찰 탓' 경찰은 '할 일 했다'

서울 중랑경찰서. 뉴스1

A씨가 허위 주소를 등록할 수 있었던 데는 신상정보 공개 업무를 나눠 맡고 있는 법무부와 경찰·여성가족부(여가부)의 안일한 행정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럼에도 법무부와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에도 책임 소재를 두고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 따르면 신상공개는 공개 대상자가 관할 경찰에 주소지 등 신상정보를 제출하면 경찰이 확인한 뒤 법무부가 이를 넘겨 받아 등록하고, 여가부가 정보를 알림이에 공개하는 방식이다.

A씨는 지난 6월 중랑경찰서에 자신의 거주지로 중랑구 주소를 적어냈고, 법무부를 거쳐 최종적으로 여가부에서 해당 주소지로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경찰은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씨가 신고한 주소지를 단 한 차례 찾아갔다는 입장이다. 여가부는 이를 근거로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A씨가 경찰의 눈을 속이기 위해 해당 주소지에 잠시 들렀던 것으로 보이지만, 경찰은 실거주 여부를 자세히 확인하진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담당 경찰관이 6월 26일 A씨가 해당 주소지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며 "점검 주기가 3개월에 한 번이라, 이후로는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A씨가 제출한 정보와 보호관찰소가 알고 있는 정보가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경찰이 건넨 주소지를 그대로 등록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등록 대상자가 제출한 신상정보의 진위 확인은 경찰 업무"라며 "경찰에 진위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달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특히 A씨가 제출한 주소가 관할 보호관찰소가 확인한 거주지와 달라 6월과 7월 총 세 차례에 걸쳐 내부 시스템을 통해 경찰에 확인 요청을 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그러나 "형사사법포털(킥스, KICS)은 물론 어떤 방식으로도 요청이 온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관리 주체 제각각… 컨트롤타워 둬야

일각에선 경찰이 보다 면밀하게 실거주지를 확인했다면, 재범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이 실거주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신상공개 대상자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확인 횟수를 늘리거나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관찰과 신상정보 관리를 하나의 기관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상공개와 보호관찰 제도가 각각 만들어지면서 실거주지와 등록 거주지가 맞지 않는 등 제도 공백이 발생한다"며 "컨트롤타워를 둬서 통일된 기준으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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