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갑' 동강 전망... 발아래 굽이굽이 눈부신 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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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갑' 동강 전망... 발아래 굽이굽이 눈부신 여울

입력
2021.09.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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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평창 미탄면 칠족령과 백룡동굴, 청옥산

평창 미탄면 칠족령 전망대는 뱀처럼 굽어 흐르는 동강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백룡동굴 탐방센터에서 1.7㎞ 떨어져 있다. 바로 아래는 정선 신동읍 제장마을이다.


오죽하면 ‘해피700’일까. 오대산 계방산 선자령 발왕산… 1,000m가 넘는 산봉우리가 즐비한 평창은 강원도에서도 대표적인 고원지대다. 가도가도 끝없는 산줄기다. 군의 남쪽 미탄면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정선·영월과 경계를 이루며 동강 줄기가 험한 산자락을 돌고 돈다. 뱀처럼 구불구불 흐르는 동강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사행천(蛇行川)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산만 높은 줄 알았는데 진짜배기는 미탄(美灘),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울이었다.


벼랑길 끝에 동강 비경 ‘와~’, 칠족령 전망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는 말은 세상 이치를 억지로 거스르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다. 거침없이 쓸어 내리다가도 막히면 돌아가고, 굴곡이 심하면 속도를 조절한다. 동강은 영월 동쪽을 흐르는 강이다. 정선 가수리에서 조양강과 합류하고, 영월 읍내에서 서강과 합쳐져 마침내 도도한 남한강 물줄기를 이룬다. 칠족령 전망대는 굽이굽이 돌아가는 동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탐방로 시작점은 미탄면 문희마을(백룡동굴 탐방센터)이다. 이곳에서 백운산(883m) 서쪽 자락 끄트머리의 전망대까지는 왕복 3.4㎞, 빠른 걸음이면 2시간 이내,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면 넉넉하게 다녀올 수 있다. 길도 그리 험하지 않아 동강 전망 트레킹 코스로는 ‘가성비 갑’이다.

평창 남쪽 끝자락 백룡동굴 가는 길. 어름치마을에서 강을 따라 시멘트 포장도로가 4㎞가량 이어진다.


칠족령 전망대 탐방로 출발점인 문희마을 언덕에서 본 풍경.

칠족령 탐방로는 고개 넘어 정선 신동읍 제장마을과 평창 미탄면 문희마을을 잇는 옛길이다. 이름의 유래를 보면 옻칠(漆)을 한 개 발자국(足)이 남은 고개(嶺)라는 의미다. 옛날 옻 진액을 뽑던 문희마을 어느 집의 개가 발에 옻을 잔뜩 묻힌 채 도망을 갔는데, 그 자국을 따라가 보니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동강의 풍경이 장관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문희마을은 미탄면에서 가장 후미진 동강 끝 마을이다. 아스팔트 도로가 나 있는 마하리 어름치마을에서 이곳까지는 강줄기와 나란히 4㎞가량 시멘트 포장도로로 연결된다. 강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시골길의 운치가 그만인데, 폭이 좁아 길에 차를 댈 수 없는 점이 아쉽다. 문희마을 뒤편 언덕에 오르면 가파른 산자락에 자리 잡은 펜션과 강줄기, 그 사이에 가늘게 연결된 길이 한 폭의 그림이다.

탐방로는 마을 뒤편에서 바로 연결된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탓에 입구에 잡풀이 무성하고,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힘들 정도로 폭이 좁은 오솔길이 내내 이어진다. 돌부리가 다소 거친 짧은 오르막 구간을 지나면 대체로 경사는 완만한 편이다. 물소리가 멀어지며 제법 깊은 산중으로 들어섰나 싶었는데, 나뭇가지 사이 낭떠러지 아래로 언뜻언뜻 강물이 보인다. 흐름이 완만해 물소리가 잦아들었을 뿐, 계속해서 강줄기와 나란히 이어지는 벼랑길이다. 이따금 강 건너 영월 문산리 강변의 카페에서 틀어놓은 음악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칠족령 가는 길에 흔적만 남은 산성 터. 삼국 시대 고구려나 신라가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칠족령 가는 길의 옛 집터. 이렇게 험하고 깊은 산에 사람이 살았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중간쯤에 산성 터가 있다. 근자에 세운 원뿔형 돌탑 뒤로 석성의 흔적이 희미하게 이어진다. 바로 옆 좁은 골짜기에는 집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축대의 흔적도 있다. 이렇게 외지고 옹색한 산골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도 믿기지 않지만, 접근하기 힘든 통로에 성벽이 있었다는 사실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안내판에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강 건너 정선 땅의 고성산성과 비슷한 시기에 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쓰여 있다. 추정대로라면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고구려나 신라가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쌓은 성이다.

산성 터를 지나 백운산 등산로와 갈라지는 삼거리까지는 지나온 길보다 한결 순하다. 삼거리에서 전망대로 가는 길은 유일한 내리막이다. 조심스럽게 몇 발짝 내디디면 낭떠러지 끝에 목재 덱 형식의 작은 전망대가 나타난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휘어진 물줄기가 보이고, 전망대에 내려서면 저절로 감탄사를 부르는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칠족령 전망대로 나려서면 나뭇가지 사이로 불쑥 웅장한 바위 절벽과 휘휘 돌아가는 동강의 모습이 나타난다.


칠족령 주변 동강은 가장 전형적인 사행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다섯 번이나 휘어지며 아기자기하고도 웅장해 한눈에 담기지 않는다.


칠족령에서 백운산 가는 등산로 능선에서도 동강의 속살을 볼 수 있다. 바로 아래는 정선 신동읍 나리소다.

강줄기와 산줄기가 맞물리며 요동치는 가운데, 거친 암벽 아래 푸른 기운을 머금은 흙빛 강물이 흐른다. 그 사이에 자리 잡은 강변 마을과 들판은 딴 세상처럼 평화롭다.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낯설고도 정겨운 풍광이다. 강줄기가 다섯 차례나 크게 휘어지는 이곳은 동강의 지질과 생태에서도 핵심지역으로 꼽힌다. 삼거리에서 백운산 등산로로 조금 올라가면 능선 아래로 한눈에 담기지 않았던 상류 쪽 물굽이가 또 감춰 놓았던 비경을 드러낸다.

고생대 지질공원, 백룡동굴과 코끼리바위

여행객이 평창 동강 끝 문희마을까지 가는 이유는 대개 백룡동굴 때문이다. 1979년 천연기념물 제206호로 지정된 석회암동굴이다. 오랫동안 개방하지 않다가 현재 동굴해설사의 안내로 750m 구간을 왕복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탐방이 아니라 탐험에 가깝다.

관광지로 개방된 여느 동굴과 달리 백룡동굴 안에는 편의 시설이 거의 없다. 출발 전 안전복장을 착용하고 굴 안에 들어가면 오로지 해설사의 조명과 헤드랜턴에 의지해 이동한다. 고드름을 타래로 엮은 것 같은 거대한 종유석, 삿갓과 계란프라이 모양을 한 신비로운 석순, 석순과 종유석이 만나 기둥을 이룬 대형 석주 등 석회암 동굴의 기기묘묘한 모습을 두루 볼 수 있다.

백룡동굴엔 빛이 없다. 헤드랜턴과 해설가의 조명에 의지해 수억 년 자연의 신비와 만난다.


백룡동굴 탐방은 탐험에 가깝다. 동굴 해설사의 안내로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다.


조명을 끄면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힌다. 깜깜한 어둠 속에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다. 방울방울 수억 년 쌓인 동굴의 비밀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신비로운 착각에 빠진다. 백룡동굴에서만 가능한 ‘암흑체험’이다.

동굴 탐방은 회당 20명, 하루 12회 진행한다. 탐방센터에서 동굴 입구까지는 배를 타고 동강을 거슬러 이동한다. 비가 많이 온 후에는 물살이 거세기 때문에 운영을 하지 못한다. 미리 확인(033-334-7200)하는 것이 필수다. 성인 1만8,000원.

백룡동굴 일대는 강원 고생대 국가지질공원이다. 동굴로 가는 길목의 기화리마을(기화리 225) 뒷산은 코끼리바위로 불린다. 재치산(753m) 바위봉우리가 거대한 벽처럼 우뚝 솟아 있고, 중턱에 2개의 커다란 동굴 구멍이 나 있는데, 그 가운데로 물이 흐른 자국이 있어 꼭 코끼리가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대는 약 4억5,000만 년 전 형성된 석회암지대로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상부 지표에 스며든 물이 이곳을 통해 유출돼 폭포를 이룬다고 한다. 코끼리바위는 마을 앞 도로에서도 보이지만, 마을 안쪽에 따로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바로 앞을 흐르는 개울물이 얼음장처럼 차다.

평창 미탄면 기화리 코끼리바위. 동굴과 물 흐른 자국이 꼭 코끼리를 닮았다.


평창 미탄면 재치산 자락의 기화리 코끼리바위.


기화리 코끼리바위 위에도 마을이 있다. 제법 넓은 분지가 형성된 고마루 카르스트다.


코끼리바위도 장관이지만, 봉우리 위에 마을이 있다는 사실은 더 놀랍다. 재치산 남사면 해발 530~750m 산간은 분지 형태의 카르스트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수십 개의 돌리네(원형 또는 타원형으로 움푹 파인 땅)와 우발레(돌리네 침식으로 만들어진 불규칙한 웅덩이)가 분포한다. 이른바 고마루 카르스트다.

한때 20여 가구가 살았다는 고마루에는 80대의 두 어르신이 옛 마을을 지키고 있고, 산 좋고 물 좋다는 소문에 외지인이 일부 들어와 현재 9가구가 살고 있다. 옥수수밖에 심을 게 없었다던 들판에 지금은 유럽 원산의 비타민나무 재배 농장이 들어섰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기 전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길은 백룡동굴 초입 어름치마을과 연결돼 있었다. 표고 300m가 넘는 가파른 산길이다.

높이만큼 시원한 전망, 청옥산과 산너미목장

청옥산은 최근 들어 미탄면에서 가장 ‘핫한’ 장소다. 해발 1,200m 정상 부근은 비교적 평탄한 지형으로, 육백마지기라 불려 왔다.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농장까지 연결되는 길로 정상까지 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평창 미탄면 청옥산 정상. 풍력발전기 아래 경사면을 야생화 단지로 조성했다.


청옥산 정상의 탐방로와 포토존. 여름 꽃은 모두 졌지만 시원한 고산 전망은 그대로다.


차박 성지로 입소문을 타던 청옥산은 2018년 평창군이 버려진 경사면 밭 일부를 야생화 단지로 복원하면서 최고의 여름 여행지로 변신했다. 산비탈에 탐방로를 정비하고, 작은 교회와 하트 조형물을 설치하며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손색이 없다. 현재 온 산을 하얗게 덮었던 여름 꽃은 모두 져서 풍광이 다소 단조롭지만, 고산의 정취만은 여전하다. 끊임없이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이따금씩 짙은 안개가 풍력발전기가 세워진 산 능선을 넘어 몽환적인 풍광을 빚는다. 멀리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끝없는 능선도 장관이다.

정상에 도달하기 전 산 중턱의 자작나무 숲은 청옥산이 숨겨 놓은 비밀의 정원이다. 길가에 차량 2~3대 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거기서 곧장 자작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적하게 순백의 숲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청옥산 정상 야생화 단지에 사진 찍기용 작은 교회가 세워져 있다.


청옥산 중턱에 비밀의 숲처럼 자작나무 숲이 숨겨져 있다.


야생화 단지가 조성된 후 청옥산은 차박이나 야영이 금지됐다. 반면 청옥산 맞은편 산자락의 산너미목장은 최근 목장 일부를 캠핑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1983년부터 3대째 운영하는 흑염소 목장으로 차박과 피크닉, 바비큐, 트레킹, 은하수 보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산너미목장 정상부의 소나무 포토존. 미탄면 소재지와 일대 산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너미목장의 흑염소 진액. 입장료 6,000원에 음료수 한 잔이 포함돼 있다.


캠핑을 하지 않아도 목장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입장료 6,000원에 음료수가 포함돼 있다. 커피도 있지만, 이왕이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흑염소 진액을 추천한다. 목장 산책은 약 2㎞ 목장 관리 도로를 따라 걷는다. 지그재그로 목장 꼭대기에 오르면 잘생긴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고, 그 아래로 미탄면 소재지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하늘하늘 불어오는 바람에 목가적 풍경이 여유롭다.


평창=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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