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현 시장·황병직 도의원, 마이크 빼앗기 싸움
장 시장 '대안 모색' & 황 의원 '끝까지 유치' 논리 격화
장욱현 경북 영주시장과 황병직 경북도의원이 6일 오전 열린 SK머티리얼즈 배터리 부품공장 타지역 설립 결사반대 규탄집회에서 서로 마이크를 빼앗는 충돌을 빚었다. 영주에 본사를 둔 SK머티리얼즈가 오는 14일 상주에 배터리부품공장을 짓기 위해 경북도 등과 업무협약(MOU)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장 시장의 '대안 마련'과 황 의원의 '끝까지 유치' 논리가 맞부딪친 것이다.
이날 SK머티리얼즈 영주공장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장 시장과 이영호 영주시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14명 전원, 황병직·임무석 경북도의원 및 지역 15개 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장 시장과 황 의원의 충돌은 시민 참석자들까지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졌다. 장 시장이 자신의 연설에 이어 행사를 마치려고 하자 황 의원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다툼은 시작됐다.
장 시장은 "계획에 없던 연설은 안된다"며 막아섰고 황 의원은 "짧게 연설하겠으니 잠시만 시간을 달라"면서 연설을 이어갔다. 이에 장 시장은 황 의원이 든 마이크를 빼앗았고, 황 의원이 되빼앗는 등 15여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일부 시민은 장 시장에게 "황 의원 말도 들어보자, 연설을 막지 말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후 장 시장은 규탄성명서 발표 등 나머지 행사를 중단하고 돌아갔다.
장 시장은 집회 연설에서 "SK머티리얼즈는 향토기업으로서 영주시와 사전협의 없이 배터리 핵심소재인 실리콘 음극재와 모노실란 공장을 타지역에 건립하겠다는 일방적 결정으로 시민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냈다"고 규탄했다. 해법으로는 "앞으로 음극재 못지 않은 미래 신성장 사업을 제안하는 등 SK와 상생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영호 영주시의장은 장 시장과 달리 공장 유치에 끝까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의장은 "시의회에서 (상주공장설립 계획을) 늦게 알아서 대처를 못했다. 이 사태는 영주의 선출직 모두가 책임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포기할 단계가 아니다. 상주로 간다면 직을 걸고 투쟁을 하겠지만 관철이 안되면 입장 표명을 할 것이다"며 각오를 밝혔다.
황병직 경북도의원은 "뭐가 무서워서 발언권조차 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아직까지 상주공장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14일 예정된 경북도 상주시 SK머티리얼즈 MOU부터 막아야 한다. 이 사태를 막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 출마하지 않겠다. 유치 실패하면 무대응으로 일관한 장욱현 시장도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영호 의장과 황병직 도의원이 사퇴 또는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일부에서 "1인 시위 등으로 선출직들이 책임을 면하려고 뒷북을 친다"는 등 정치적 여론몰이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영주시의원 전원은 지난 2일부터 SK 머티리얼즈 공장 입구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박남서 전 영주시의장도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영주시도 SK머티리얼즈 배터리 공장 유치에 사활을 걸고 행정과 재정적 지원을 총동원했어야 했다"며 "스스로 찾아온 이 천금같은 기회를 잡지 못하고 놓칠 위기에 봉착한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기업이 떠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말했다.
한편 SK머티리얼즈는 지난 7월 미국 배터리 차세대 음극 소재 기업과 합작회사를 상주시에 설립한다고 밝히면서 영주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합작회사에서 생산할 예정인 '실리콘 음극재'는 전기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흑연 음극재 보다 주행거리가 향상되고 충전시간이 단축돼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주목을 받는 차세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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