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찬성' 기독교 네트워크 출범… "천주교·개신교 연합한 역사적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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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찬성' 기독교 네트워크 출범… "천주교·개신교 연합한 역사적인 날"

입력
2021.09.06 17:26
수정
2021.09.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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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신·구교가 연합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 교회 내에서 차별을 추방하자고 이야기하는 역사적인 날이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1970년대 선교와 인권을 위해서 협력했던 역사가 있다. 이제 가톨릭과 개신교가 연합해서 차별을 반대하고 사랑하고 환대하는 공동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박승렬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차별금지법 입법에 찬성하는 기독교계 단체들의 연합체가 출범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와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천주교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등 32개 단체는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이하 평등세상)’ 출범식을 열고 입법을 지원하는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리스도인이기에 차별금지법 지지"

평등세상은 출범 선언문에서 “예수님은 그 시대에 정결치 못하다며 혐오당하던 사람들, 죄인이라며 배제당하던 사람들, 존재를 부정당하던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사랑하셨고,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어울려 살아가는 하느님 나라 공동체를 이루셨다”면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인데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기에 지지한다”고 밝혔다.

평등세상은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 이제까지 차별금지법 입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세력이 기독교계의 보수적인 집단들이라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 다양한 종교와 문화의 국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민주공화국”이라면서 “일부 차별과 혐오 집단의 협박에 굴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며 오늘의 시대정신인 “만인이 평등한 세상,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당장 참여하라”고 국회의원들에게 촉구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에서 임보라 목사(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범식에서는 기독교계 인사들이 참석해 지지발언을 이어갔다. 성소수자 교인들을 거부하지 않는 섬돌향린교회의 임보라 목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서를 바탕으로 무엇이 차별이고 그 결과가 무엇이고 그것을 왜 깨뜨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이 복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국내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에서 차별금지법의 성소수자 관련 조항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던 천주교에서는 예수회 인권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박상훈 신부가 평등세상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박 신부는 “한국 가톨릭 교회에게는 9월이 순교자 성월이다. 한국이 선진국이다, 경제 규모가 몇 위다 떠드는 사이에 다른 곳에는 빈곤과 죽음, 차별과 배제가 넓게 퍼져있다. 가톨릭 교회가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십자가에 달린 수많은 무수한 익명의 희생자들도 동시에 호명하고 이름을 지어 넣을 필요가 있겠다”라면서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에 신앙인들이 참여하는 것도 희생자들을 위한 것이고 무고한 희생이 다시는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생명을 선택하는 것 이외에 어떤 소명이 있겠느냐”라고 밝혔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에서 박상훈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앞줄 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주교의 모순적 입장에 대한 비판도 나와

박 신부는 또 동성애에 대해서 모순적 입장을 드러내는 천주교 교리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천주교의 공식 교리서에는 ‘동성애의 심리적 기원은 거의 밝혀져 있지 않다…(중략)…간과할 수 없는 숫자의 남녀가 깊이 뿌리 박힌 동성애 성향을 보이고 있다. 객관적으로 무질서인 이 성향은 그들 대부분에게는 시련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을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대하여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쓰여져 있다. 동성애 성향을 개인이 선택하는 것으로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동시에 동성애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인정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서 박 신부는 “성소수자들을 공감하고 사려 깊게 대하면서 그 존재를 안 받아들일 수 있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면서 “잘못된 성, 왜곡된 성, 자동차산업보다 크다는 성산업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만연한 성폭력에는 관심 없고, 유독 동성애 문제를 갖고 이렇게 물고늘어지는 것이 사실은 이해되지 않는다. (천주교의) 생명위원회나 생명윤리위원회는 차별금지법이 인간 존엄성에 근거해서 부당한 차별에 대한 반대를 동성애를 용인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든다고 하는데 오해는 위원회들이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신부는 “가톨릭 교회의 아주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었는데 지금은 넓어져서 배제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고 한다. 예수는 우리의 죄나 허물보다 이들의 고통을 먼저 봤다. 영혼을 구한다는 교회가 차별과 배제 억압과 폭력으로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을 온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지, 방해되는 역할을 한다는 것 너무나 부끄럽다. 교회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교인들은 상식적…총대들 의견이 전부 아냐"

박승렬 NCCK 인권센터 소장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여론을 주도하는 주요 교단 총대들이 교회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목사가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사임 권고를 받은 일산은혜교회가 최근 오히려 교단에서 탈퇴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을 근거로 들었다. 박 소장은 “교우들에게 맡겨 놓으면 교회가 오히려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서 “교단 총대들, 교회 정치인들은 교단의 의견을 100% 반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들의 의견을 강요한다. 그들이 정말 교인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면 투표를 해봤으면 좋겠다. 교인들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현명하다. 차별금지법은 사람을 사람 되게 만드는 일이다. 사람을 차별하면서 사람을 공격하고 심판하고 억압하면서 어찌 사랑의 공동체, 환대의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평등세상은 그들과 함께할 것이고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출범식에는 성소수자 당사자와 부모들이 참여하는‘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이끄는 홍정선씨가 참석해 평등세상 출범을 반겼다. 홍씨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는데 그 중에서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게 종교”라면서 “본인들도 괴로워하고 그 부모들도 아이고 죄악시되는 성소수자라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한다”라고 밝혔다. 홍씨는 울먹이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오늘로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고 평등셍상을 염원한다는 마음으로, 평등세상을 실현하려는 공동체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려 한다는 현실은 저뿐만 아니라 교회로부터 차별 받은 분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준다”라면서 평등세상 출범을 반겼다.

■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법은 다양한 정체성을 이유로 한 사회적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으로 14년 동안 여러 차례 발의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법안은 가장 포괄적으로 차별을 정의했다. 성별, 장애는 물론이고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등 23가지 사유를 이유로 사람을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나이부터 종교, 사상, 가족 형태, 병력, 학력까지 다양한 사유를 포함하고 있다. 23가지 사유를 이유로 고용은 물론, 재화와 행정서비스의 이용과 교육기관의 교육 등에서 특정인을 분리하거나 배제할 경우, 인권위가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 시정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3,0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시정권고에 대한 이의신청도 가능하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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