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죄송” 극단 선택 택배점주 영결식 눈물바다

동료들 "돈이 더 중요한가" 택배노조 규탄

40대 김포 택배대리점주 A씨의 운구차량이 2일 오전 경기 김포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분향소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택배노조에 가입한 대리점 구성원들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 김포시의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영결식이 2일 열렸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A씨의 모친과 아내, 세 자녀 등 유족과 동료들이 자리했다. A씨 영정이 장례식장에서 운구 차량으로 옮겨지자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말을 잊지 못했다.

고인을 태운 운구 차량은 A씨가 생전 택배 물량을 수급 받았던 김포의 한 택배 터미널로 이동했다. 유족들은 이곳에서 치러진 노제에서 다시 오열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A씨의 막내아들은 영정사진을 보며 아빠를 찾는 듯한 행동을 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A씨 동료들은 분향소 주변을 둘러싸고 서서 “사람 목숨보다 돈을 중요한가” “너희도 사라져라” 등 격양된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를 규탄했다. A씨는 앞서 유서에 집단 괴롭힘과 노조 구성원들의 갑질을 견디기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영결식장에선 추모 행렬도 이어졌다. A씨 동료들이 자신들의 택배 차량 100여 대를 동원해 “대리점장님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등 추모글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운구 차량을 뒤따라가며 A씨를 추모했다. 고인은 이날 인천 한 추모공원에 잠들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측은 “유족 뜻에 따라 A씨의 유서 등을 토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A씨는 지난달 30일 김포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에 가입한 대리점 구성원들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택배대리점연합회가 공개한 A씨 유서에는 “처음 경험해 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됐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다”는 심경을 밝혔다.

A씨는 택배 수수료 비율 문제를 놓고 노조원들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