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아프간 철군 후 첫 기자회견
"對테러작전서 탈레반과 협력할 수 있다"
'민간인 10명 희생' 美 공습 정당성 주장
"전쟁은 어렵고 잔인" 아프간전 소회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에 아프가니스탄을 내준 미국이 향후 대(對)테러 작전에서 탈레반과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동지역 내 테러 대응,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과 협력자 대피 등을 위해 탈레반과의 공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아프간 철군 완료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매우 협소한 사안들에서 탈레반과 협력했다”며 “더 큰 문제에서 협력을 하겠다고 비약하진 않겠지만 탈레반과의 협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미군이 아프간 철수 과정에서 탈레반과 비밀 합의를 했고, 탈레반이 (아프간을 떠나려는) 미국인을 카불 국제공항까지 호위했다’는 외신 보도 내용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탈레반은 무자비한 집단”이라면서도 “그들이 변할지 말지는 두고 봐야 하나, 전쟁에서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탈레반과의 협력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한 셈이다. 이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향후 탈레반과의 협력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탈레반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력과 갈등, 타협과 경쟁 사이에서 수십 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프간 철수 과정에서 어린이 7명 등 민간인 10명이 숨지는 참사를 낳은 미군의 IS 아프간 지부 ‘호라산(IS-K)’ 차량 공습과 관련, 밀리 의장은 “정당했다”고 옹호했다. 그는 “당시 IS-K가 특정 장소에 자살폭탄 차량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고, 이는 지금도 유효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경로로 추적했고 (공습 결정을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된, 정당한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미군은 현재 민간인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반면 IS-K의 카불 공항 자폭 테러로 미군 13명이 희생된 데 대해선 “고통스럽다”고 했다. 밀리 의장은 “나도, 국방장관도, 대통령도 말로써 고인들을 살려낼 순 없다”며 “정말 고통스럽고 힘든 심경”이라고 밝혔다.
2001년 10월 아프간 전쟁 개시 이후, 밀리 의장은 세 차례에 걸쳐 현지에서 부대를 이끌었다. 2003년 10산악사단 2여단장, 2008년 101공수 사단작전부사단장, 2013년에는 다국적 연합합동태스크(CJTF-OIR) 사령관 등을 잇따라 맡으며 최일선에서 탈레반과 맞섰다. 아프간 참전 군인으로서 ‘20년 만에 아프간을 도로 탈레반에 넘기게 된 현실’을 마주하게 된 심경을 묻자 그는 “비탄에 잠긴 유족들, 땅에 묻힌 군인들과 같은 고통과 분노를 느낀다”며 “전쟁은 어렵고, 잔인하고, 용서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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