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후 잡아먹는다' 돼지 앞 돈가스 먹방… 동물학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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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후 잡아먹는다' 돼지 앞 돈가스 먹방… 동물학대 논란

입력
2021.09.02 11:00
수정
2021.09.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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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후 잡아먹히는 돼지' 100일간 올린 日유튜버
새끼돼지 앞에 두고 삼겹살·돈가스·샤부샤부 먹방도
법망 피한 동물학대…유튜브선 이미 주요 콘텐츠 돼

일본의 한 유튜버가 6월 9일 '100일 후에 잡아먹히는 돼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으로, 자신이 기르는 새끼돼지 앞에서 돈가스를 해 먹는 장면. 이 유튜버는 100일 뒤 새끼돼지를 잡아먹겠다고 했다. 유튜브 캡처

일본의 한 유튜버가 '100일 후 잡아먹히는 돼지'란 프로젝트를 진행해 동물 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집에서 100일 동안 애완용 돼지를 키우는 모습을 매일 올리며 100일 뒤 잡아먹겠다며 D-데이를 센 것. 이 유튜버는 돼지 앞에서 삼겹살과 돈가스를 먹는 먹방(먹는 방송) 영상도 촬영해 올렸다.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100일 후에 잡아먹히는 돼지'에는 '새끼돼지랑 지내는 마지막 밤입니다'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1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조회 수 22만 회를 기록했다. 채널 구독자 수도 9만7,400명으로 10만 명에 육박한다.

해당 유튜버는 애완용 새끼돼지를 100일 동안 키우며 돼지의 일상을 매일 '브이로그' 형태로 촬영해 올렸다. 5월 25일부터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게재했다.

새끼돼지와 산책하러 가거나 먹을거리를 챙기고, 잠을 재우는 등 반려동물과 함께 일상을 나누는 게 대부분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통 사람처럼 동물을 살뜰히 챙기고 애정을 주는 내용이다. '처음 집에 온 생후 75일 미니돼지가 너무 귀여워'란 제목의 첫 번째 영상은 가장 많은 조회 수인 40만 회를 기록했다.


유튜버, 새끼돼지 반려동물처럼 키워 놓고선…

일본의 한 유튜버가 지난달 31일 '100일 후에 잡아먹히는 돼지' 채널에 올린 영상으로, 잡아먹기까지 1일 남았다고 표시한 장면. 유튜브 캡처

그러나 유튜버는 영상마다 마지막에 잡아먹을 날이 얼마 남았는지 표시했다. D-10일 땐 '10일 뒤 잡아먹히는 돼지 생방송'이란 제목으로 실시간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100일째가 가까워질수록 잡아먹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키운 지 96일째 되는 날에는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목욕하는 돼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고, 97일째에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요리를 알려주세요'라는 콘텐츠를 공유했다. D-2인 지난달 30일에는 '이별하는 새끼돼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만큼 주니 이런 반응이'란 영상을 내보냈다.


일본의 한 유튜버가 지난달 23일 '100일 후에 잡아먹히는 돼지' 채널에 올린 영상으로, 자신이 기르는 새끼돼지 앞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장면. 유튜브 캡처

해당 유튜버는 새끼돼지 앞에서 돼지고기 요리를 먹는 영상을 여러 차례 올리기도 했다. 직접 돈가스를 튀겨 먹고, 돼지 앞에 돈가스가 놓인 접시를 들이밀었다. 삼겹살과 목살을 구워 먹거나 일본식 돼지고기 된장국인 돈지루, 돼지고기 샤부샤부 등을 돼지가 지켜보는 앞에서 해 먹었다.

100일째 촬영한 영상에선 새끼돼지 형체 그대로 통구이 요리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다만 이 유튜버는 영상 말미에 검은색 바탕에 '이 이야기는 허구입니다'라고 적은 자막을 오른쪽 하단에 작게 띄웠다.


조회 수 높이려고 동물 학대하는 유튜버들

7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활동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을 환영하며, 동물학대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1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물단체들은 해당 영상을 동물 학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끼돼지가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사람과 애착·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동물인 점을 악용했다는 지적이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법 기준으로 판단하면) 해당 유튜버가 동물에게 직접 학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동물보호법의 허점을 이용해 교묘한 수법으로 학대했다고 볼 수 있다"며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돼지를 걱정하도록 정서적으로 고통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물 학대로 비칠 수 있는 이 같은 영상은 유튜브에서는 이미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 동물 학대란 자극적인 내용으로 구독자 수와 조회 수를 높이려는 목적에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동물 학대적 요소의 영상을 올리는 건 전 세계적 문제로, 전 세계 동물보호단체가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관심을 받기 위해 동물과 부적절한 관계를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사람이 많은데, 최근 아시아동물보호연합도 이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냈다"고 말했다.

3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방송돼 지탄을 받았다. tvN은 2018년 6월 출연진이 직접 병아리를 키워 닭볶음탕을 해 먹는 '식량일기'란 프로그램을 내보내 논란이 됐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에 '살아 있는 동물을 오락거리로 만드는 비윤리적 방송'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프로그램 폐지 촉구 운동을 벌였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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