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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원어치-1350만 명분 필로폰… 역대 최대 마약밀수범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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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원어치-1350만 명분 필로폰… 역대 최대 마약밀수범 덜미

입력
2021.09.01 16:50
수정
2021.09.01 17:4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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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서 필로폰 404㎏ 반입 30대 구속기소
해외 공범과 '멕시코→한국→호주' 필로폰 밀수
'마약청정국' 한국 경유한 국제적 마약밀수 시도
검거 기여 관세청 직원 특진... 개청 이래 첫 사례

사상 최대규모 필로폰 밀수입 사건 개요도. 부산지검·부산본부세관 제공

사상 최대규모 필로폰 밀수입 사건 개요도. 부산지검·부산본부세관 제공


필로폰이 은닉돼 있는 비행기 감속장치 부품. 부산지검·부산본부세관 제공

필로폰이 은닉돼 있는 비행기 감속장치 부품. 부산지검·부산본부세관 제공

1,35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404.23㎏)의 필로폰을 국내에 들여온 마약 밀수범이 덜미를 잡혔다. 국내 마약 밀수 사상 최대 분량이다. 한국이 대량 밀수출을 노리는 해외 마약사범들의 경유지로 이용된 실태도 확인됐다.

부산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최혁)는 멕시코에서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로 A(35)씨를 지난달 3일 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를 검거하면서 압수한 필로폰은 404.23㎏으로, 소매가(0.03g당 10만 원)로 따지면 1조3,000억 원어치다. 종전 단일 사건 기준 필로폰 최대 밀수량이었던 112㎏(2018년)의 3배를 훌쩍 넘는다.

A씨는 호주 국적의 B씨와 공모해 2019년 12월과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멕시코에서 부산항을 통해 비행기 감속장치 부품(헬리컬기어) 20개를 수입하는 것처럼 꾸며 필로폰을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멕시코 현지에서 사들인 헬리컬기어 내부에 필로폰을 가득 채운 뒤 뚜껑을 도로 닫고 용접하는 수법이었다. 이렇게 국내에 반입된 필로폰 중 500㎏가량은 올해 1~4월 호주로 밀수출됐다. 검찰은 B씨가 A씨에게 밀수입과 밀수출을 지시한 주범으로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이들이 호주로 밀수출한 필로폰이 호주 연방경찰에 적발되면서 본격화됐다. 부산본부세관과 부산지검 '대규모 마약류 밀수사건 전담팀'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국가정보원, 미국 마약청(DEA) 등과 공조해 국내에 남아있던 필로폰 전량을 확보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이 한국을 마약 밀수 경유지로 삼았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마약류 거래가 적고 안전한 편이라고 평가받는 점을 마약사범들이 역이용했다는 것이다. A씨 일당도 멕시코에서 호주로 직접 필로폰을 보내는 대신 한국을 거치면 단속 가능성이 낮아질 거라고 인식했다는 게 관세청 등의 분석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배만 교체하는 단순 환적이 아니라 통관 절차를 밟는 밀수 방식을 택한 점 또한 이런 속셈에서 비롯했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남성훈 부산본부세관 조사국장은 "단순 환적은 멕시코 물건이란 기록이 남아 호주 당국의 깐깐한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여겼는지, 이들은 한국 물품이 호주로 가는 것처럼 꾸미려고 이례적으로 통관 절차를 거치는 수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규모 필로폰의 국내 유통을 막은 부산세관 조사2관 이동현(40) 주무관은 7급에서 6급으로 특별승진했다. 정기인사와 별도로 특정 직원을 특별승진 임명한 것은 1970년 관세청 개청 이래 처음이다.

국내 밀수 사상 최대 규모인 필로폰 404㎏ 압수물. 부산지검·부산본부세관 제공

국내 밀수 사상 최대 규모인 필로폰 404㎏ 압수물. 부산지검·부산본부세관 제공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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