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작 영화 개봉 이어지기 힘들 듯
나쁘지 않다. 좋다고 할 수도 없다. 지난 여름 극장가에 대한 영화계 시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했기 때문이다. 화제작들이 어렵사리 개봉해 관객과 만나 극장의 존재감을 새삼 인식시켜줬지만, 코로나19라는 높은 장애물을 체감하기도 했다.
'모가디슈’ 등 대작 개봉 물꼬 터
지난여름 극장가를 찾은 영화들은 제법 화려했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김윤석, 조인성, 허진호 등이 출연한 ‘모가디슈’는 지난해부터 기대작 중 기대작으로 꼽혔던 한국 영화다. 총제작비(마케팅비 등 포함) 255억 원가량이 들어가 코로나19 시기에 개봉하기 마땅치 않았다. 총제작비 145억 원이 투여된 ‘싱크홀’도 비슷한 처지였다. 당초 지난해 개봉할 영화였으나 공개를 미뤄왔다. 두 영화 모두 가장 큰 대목인 여름 시장을 건너뛸 가능성이 있었다. ‘인질’은 오래 전부터 여름 시장을 겨냥했으나 홀로 호객하기에는 힘이 부쳐 보였다.
6월 영화진흥위원회 주도로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극장들이 돌파구를 열었다. 영화사들이 제작비의 50%에 해당하는 수익을 올릴 때까지 극장들은 한 푼도 가져가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조치를 제시했다. 오디션 보듯 한국 영화 5편을 내부에서 시사한 후 ‘모가디슈’와 ‘싱크홀’을 지원작으로 선정했다.
‘모가디슈’와 ‘싱크홀’이 개봉을 앞두고 수도권은 거리두기 4단계에 돌입했다. 하루 상영 횟수가 1, 2회씩 줄어들게 됐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넘기까지 했다. 악재에도 ‘모가디슈’는 올해 개봉 영화 최초로 지난달 29일 300만 명 고지를 넘어섰고, 손익분기점에 가까워졌다. ‘싱크홀’은 31일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에 이르렀다. ‘인질’ 역시 120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하고 있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 담당은 “영화계가 어려운 국면을 돌파하자며 힘을 합쳐 의미 있는 흥행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모가디슈’ 배급사 롯데컬처웍스의 류진아 팀장은 “대작 영화 개봉 물꼬를 텄다는 점이 여름 시장의 가장 큰 성과”라며 “좋은 영화를 상영하면 관객이 극장을 찾는다는 점을 확인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추석 개봉 기대 ‘해적2’는 또 연기
아쉬움이 크기도 하다. 확진자 수 급증과 4단계 격상으로 6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관객수가 줄어서다. 업계에서는 거리두기 단계가 낮았다면 관객수가 30% 정도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류진아 팀장은 “‘모가디슈’는 코로나19 상황에도 관객 600만 명 정도는 기대했던 영화”라며 아쉬워했다.
여름 시장의 어정쩡한 흥행 성적표는 당장 추석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추석 연휴 개봉을 검토했던 대작 ‘해적: 도깨비 깃발’(해적2)이 공개 시기를 미뤘다. 한국 영화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량급인 ‘기적’과 ‘보이스’가 추석 시장에 뛰어든다. 덩치 큰 영화는 할리우드만 바라봐야 할 상황이다. 할리우드 대작은 1일 개봉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이어 ‘007 노 타임 투 다이’ ‘듄’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등이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조성진 담당은 “‘모가디슈’가 500만 관객을 모았으면 국내 화제작들 개봉이 이어졌을 것”이라며 “당분간 제작비 200억 원대 국내 대작이 상영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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