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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권표도 존중하고 반영해야 민주주의다 

입력
2021.09.10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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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을 향해 뛰는 후보들은 많은데, 마음에 드는 대통령감은 별로 없다고들 한다. "아무개는 절대 안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꽤 있다. 그럼에도 내년 3월 9일이면 결국 누군가는 다수표를 받아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다.

과연 단 1회 투표를 통해 최다 득표자를 당선자로 하는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문제가 없는 걸까. 이것이 정말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방식일까.

역대 대통령선거 투표율을 보면 직선제로 전환된 1987년이 89.2%로 가장 높았고, 2007년(이명박 후보 당선)이 63%로 역대 최저였다.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2002년 대선도 70.3%로 낮은 편이었다. 20% 이상의 유권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투표장에 간다고 해서 꼭 좋아하는 후보를 찍는 건 아니다. 그보단 가장 덜 나쁜 후보(the least worst candidate)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찍는 것이 현실이다. 무효표로 만들고도 싶지만, 그러면 사표가 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표를 찍기도 한다.

역대 선거에서 이렇게 투표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인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과반수 이상 표를 받은 경우는 51.5%의 박근혜 전 대통령 한 명뿐이다. 1987년 대선에선 노태우 후보가 역대 최저인 36.6%의 득표로 당선되기도 했다.

결국 투표장에 가지 않은 기권자를 포함한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 이상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은 아직 없다. 마지못해 투표한 유권자 수를 합한다면 (이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역대 대통령 모두 30% 이하 지지로 당선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찍을 사람이 없다는 것도 존중되어야 할 국민의 의사다. 식당에 먹을 메뉴가 없는데도 억지로 먹기보다는, 안 먹을 권리가 있어야 소비자가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뽑고 싶은 후보가 없으면 무효나 기권으로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개표 결과에 반영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닐까.

묘안이 있기는 있다. 이번 대선부터라도 무효표와 기권표(후보 누구에게도 찍지 않은 것)를 집계해, 이 표가 최다 득표 후보보다 많다면 ‘당선자 없음’으로 하는 것이다. 예컨대 A 후보 32%, B 후보 31 %, 기타 후보 합 4%이고 기권 합계가 33%이면 2주 후에 다시 선거를 하는 것이다. 유권자의 의사를 좀 더 명확히 표현하게 하려면 기표지의 맨 마지막에 ‘지지 후보 없음’ 칸을 하나 더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2주 후 재투표에선 득표 상위 2명만을 놓고 투표해 최다 득표자를 당선자로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국민들이 강요당하듯 선택지를 제한받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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