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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희생' 美의 IS 보복 정당성 논란… '철군 결정' 바이든 책임론도 재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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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희생' 美의 IS 보복 정당성 논란… '철군 결정' 바이든 책임론도 재확산

입력
2021.08.30 21: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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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복 공습 2차 폭발로 최대 10명 숨져
잇따른 미군·민간인 희생... 바이든 궁지 몰려
NYT "바이든 '모 아니면 도' 결정만 고수" 비판
공화당은 '탄핵' 카드... 민주당도 '거리 두기'

29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주택이 미국의 보복 공격에 따른 2차 폭발로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카불=AP 연합뉴스

29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주택이 미국의 보복 공격에 따른 2차 폭발로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카불=AP 연합뉴스

‘가차 없는 보복’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애당초 ‘8월 31일 철군 완료’를 고집하며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일까.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인 ‘호라산’(IS-K)의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이 숨진 후 사흘간 미국의 두 차례 보복 공습 과정에서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복수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지에선 일촉즉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비난의 화살은 섣부른 철군과 즉각적인 응징 결정으로 아프간 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친정(민주당)마저 등을 돌리면서 거센 후폭풍이 이어질 조짐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군은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을 노린 자살폭탄 테러 차량을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폭파시켰다. ‘IS-K의 1차 테러’(26일)에 뒤이은 2차 테러 공격 시도를 선제적으로 막은 것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빌 어번 미 중부사령관 대변인은 “공항에 대한 IS의 임박한 위협(테러)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27일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州)에서 IS-K 고위급 두 명을 제거한 지 이틀 만의 ‘보복 작전’이었다. 테러 공격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표현이자, 아프간 내 정보망이 건재하다는 걸 대내외에 과시한 의미도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데서 문제가 터졌다. 차량에 실린 폭탄이 터지며 대규모 2차 폭발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 인근 민가에 거주하던 민간인들이 희생됐다. 인명피해 규모는 외신들마다 엇갈린다. CNN방송은 “어린이 6명을 포함한 일가족 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톨로뉴스는 희생자가 10명이라고 전했고, AP통신은 현지 당국자를 인용해 “어린이 3명이 숨졌다”고 했다. 어쨌든 애꿎은 민간인들이 미국의 보복 때문에 목숨을 잃은 건 확실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성급한 철군 시점 결정, 그에 따른 혼란으로 안팎의 비판을 받아 왔다. 전날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은 아프간에서 ‘모 아니면 도’ 식의 결정만 고수할 뿐,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며 “그의 환원주의(다양한 현상을 한 원인으로 설명하려는 경향) 공식은 카불의 혼란이 불가피한 일인지, 아니면 다른 옵션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인지를 두고 논쟁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적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게 아프간 철수의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27일 미 해병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IS-K의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동료를 기리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미 중앙사령부 제공

27일 미 해병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IS-K의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동료를 기리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미 중앙사령부 제공

이 와중에 무조건 피하려 했던 ‘미군 사망자 발생’ 시나리오에다 민간인 희생까지 겹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어번 대변인은 추가 성명에서 “무고한 생명의 희생 가능성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한발 물러섰으나, 공습 장소나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 실제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바이든은 어린이의 죽음에 뭐라고 답할 것인가” 등 미국의 해명을 촉구하는 글이 이어졌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당장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처를 ‘군사적ㆍ정치적 재앙’으로 묘사하며 탄핵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이 테러로 이어진 현 상황의 시발점이라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과 올 초 트럼프 탄핵 심판 때 찬성표를 던진 톰 라이스 하원의원은 각각 바이든 대통령의 탄핵과 사임을 촉구했다. 수정헌법 25조를 발동, 내각이 바이든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이 대대적인 공세 빌미를 얻었다”고 꼬집었다.

든든한 뒷배가 돼야 할 민주당마저 공세에 가담했다. 수전 와일드 하원의원은 “아프간 대피 과정이 터무니없이 잘못 다뤄졌다”고 지적했고, 일부 의원은 철수 시한 연장을 주장하며 ‘거리 두기’에도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국정 운영에 어려움은 물론, 내년 11월 중간 선거에까지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아프간 내 혼란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며 “위기 극복에 실패하면 중간선거 참패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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