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슈퍼히어로 첫 주연... 1일 개봉
쿵푸가 나온다. 차량 액션을 볼 수도 있다. 괴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 ‘프로젝트 A’(1983)와 ‘스피드’(1994), ‘와호장룡’(2000), ‘퍼시픽 림’ ‘일대종사’(2013) 등을 뒤섞어 놓은 듯하다. 언뜻 보기엔 ‘잡탕’으로 여겨질 만할 구성이다. 하지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샹치)은 퓨전이란 수식이 더 제격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조화롭게 섞어 재미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샹치’는 아시아계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 첫 영화로서 마블 제국의 영토를 더욱 확장한다.
주인공은 중국계 샹치(시무 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평범한 20대다. 단짝 친구인 케이티(아콰피나)와 호텔에서 주차요원으로 일한다. 좀 더 그럴 듯한 직업을 가지기에 충분한 이력인데도, 고급 차를 운전하는 소소한 재미에 묻혀 산다. 어느 날 버스를 탄 샹치에게 건장한 괴한들이 접근한다. 샹치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내놓으라는 요구에 불응하면서 싸움이 붙는다. 괴한들은 아버지 웬우(양조위·량차오웨이)가 보낸 사람들이다. 웬우는 신과도 같은 존재다. ‘텐 링즈’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리 10개에 의지해 1,000년을 살아왔다. 웬우는 아이들의 엄마가 나고 자란 신비로운 마을을 공략하자며 샹치와 샹치의 여동생 샤링(장멍)에게 합류를 강권한다. 샹치와 샤링은 아버지의 계획이 터무니없고 부당하다고 생각해 웬우에 맞서려 한다.
무협영화 팬들이라면 익숙한 이야기 줄기다. 샹치는 초야에 묻혀 사는 은둔 고수나 다름없다. 그는 평화롭게 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끌려 나와 영웅이 되는 과정은 무협영화의 상투적 전개를 따른다. 원한 관계에서 비롯된 복수의 악순환 역시 익숙한 설정이다.
많이 본 듯한 설정과 익숙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샹치’는 특색을 지녔다. 여느 무협영화와 달리 선과 악을 명확히 가르지 않는다. 웬우는 평면적 악인이 아니다. 그는 선과 악 양쪽을 오가는 인물이다. “피의 대가는 피로 치르는 거야”라고 말하는 냉혈한이면서도 가족에게는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웬우의 모호한 면모는 호기심과 더불어 긴장을 부른다.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와 함께 볼거리가 제법 많다. 여러 액션 장면들은 꽤 볼 만하다. 특히 버스에서 펼쳐지는 액션이 호쾌하다. 좁은 공간을 활용한 연출이 창의적이다. 30일 오전 화상기자회견으로 만난 시무 류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액션”으로 꼽은 대목이기도 하다. 시무 류는 버스 문 밖으로 밀려 나갔다가 다시 버스 안으로 들어와 액션을 이어가는 장면을 스턴트 대역 없이 연기했다. 그는 “4개월 동안 하루 5∼6시간씩 무술 기술을 익히고 1시간가량은 근력운동으로 몸을 만들었다”고 했다. 쿵푸 액션이 성룡(청룽)이나 이연걸(리롄제) 등을 떠올리게 할 만큼 화려하거나 독창적이지는 않다. 특수효과를 활용한 후반부는 이런 결점을 보완하려는 듯하다. 관객이 예상치 못했을 스펙터클이 이어지며 블록버스터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영어 대사가 없다면 중국 영화라 해도 믿을 정도로 아시아 색채가 짙다. 홍콩 영화계가 전성기를 지금까지 이어왔다면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협영화의 전통까지 품는 마블의 흡수력이 새삼 놀랍다. 성별과 인종 다양성을 추구하는 마블의 전략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시무 류는 “인종을 넘어서 모든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가 풍부하게 큰 스크린에 펼쳐진다는 점이 너무 중요하다”며 “이 영화가 아시아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다리이자 세계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시무 류는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한국에는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으로 얼굴을 알렸다.
데스틴 대니얼 크리튼 감독이 연출했다. 그는 ‘아임 낫 어 힙스터’(2012)와 ‘숏텀 12’(2013) 등 주로 독립영화 쪽에서 재능을 발휘해 왔다. 어머니가 일본계인 그는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 보인다. 9월 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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