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 1일 발표할 고용보험 재정 건전성 방안을 앞두고 보험료율 인상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요율이 오르면 회사와 근로자는 직격탄을 맞는 만큼 반발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가 기여도를 더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에 빨간 불이 들어온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 위기 타개를 위해 지출이 커지면서다. 사태가 길어지고 적자 폭이 커지자 정부는 재정 건전화의 해법을 찾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TF 논의 결과 발표가 다음 달 초로 예정돼 있는데, 벌써부터 보험료율이 오른 거란 예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TF 참여자는 "현재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며 요율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학계와 노동계는 "요율을 올릴 게 아니라 국가 기여분부터 늘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빚 내 채우고 있는 고용보험 기금
노동계는 코로나19 사태는 국가 차원의 위기인 만큼 정부가 더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코로나19로 실업급여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바닥을 파고 있는 고용보험기금을 대출로 막을 게 아니라 정부가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2조 원이 넘는 고용보험기금 부족분은 공적 기금 등을 빌려서 채우고 있는데, 이는 나중에 갚아야 하는 '빚'이다. 국고 지원이 기반이 돼야 돈을 내는 근로자 입장에서도 수용성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고용보험의 국가 재정 지원분(일반회계전입분)은 1조654억 원 정도다.
고용보험기금이 오롯이 고용 위기 대처에만 쓰여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현재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급여 같은 모성보호사업도 고용보험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국장은 "예산이 2조 원이나 되는 모성보호사업은 저출산 시대에 국가 책임 사업이 돼야 마땅하다"며 "청년고용사업 등 고용보험기금으로 운영되는 사업 일부를 검토해 국고 사업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영계는 요율 인상안에 대해 아예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기 전에는 논의조차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여전해 힘든 상황인데, 요율만 올리는 건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IMF 경제위기 등 과거 사례를 보면 위기가 종식된 후 경제가 회복돼야 요율을 올렸다. 비록 지금 경제 전망치는 좋다고 하지만 이는 전망일 뿐, 실제 경제가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요율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인상 안 돼" VS "이제는 올려야"
반대로 현재 1.6% 수준인 고용보험료율이 '저(低)부담'인 만큼 이제는 '중(重)부담' 체제로 전환할 때라는 견해도 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실 다른 나라보다 요율이 낮다"며 "코로나19 이후 고용보험 적자 폭이 급등한 건 수급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니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1% 이상의 요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은 사회연대를 통해 실업에 대응하는 제도다. 이런 취지를 고려하면 수급을 어렵게 하는 것보다 요율을 올리는 편이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이제 요율 인상 논의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인상 논의를 하더라도 국가 기여분을 확대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은 주정부 예산을 투입해 실업 급여를 지급했고, 영국도 실업 급여에 10조 원 이상 예산을 들였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도 고용보험에 국가가 더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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