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대작 '블소2' 출시 후 주가 20% 넘게 하락
'리니지식 과금모델' 지적, 출시 첫 주 순위 7위 그쳐
'리니지W'까지 실패할 경우 엔씨 최대 위기
엔씨소프트 주가가 심상찮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 '블레이드앤소울2'를 출시한 지 이틀 만에 주가가 무려 20% 이상 곤두박질치면서 시가총액만 4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특히 엔씨의 충성고객으로 신작만 기다렸던 '린저씨(리니지와 아저씨의 합성어)'의 마음이 돌아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연내 출시가 예정된 신작 '리니지W'까지 흥행에 실패할 경우 한국 게임업계 자존심이자 '맏형'인 엔씨소프트의 존재감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점쳐진다.
"'블소2', 기대 이하 게임성에 리니지식 과금까지"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블소2 출시일인 26일 15.9%가 하락한 데 이어 27일에도 7.05%가 빠졌다. 게임 출시 전 83만8,000원에서 이틀 만에 65만9,000원으로 내리면서, 시가총액 3조9,000억 원이 사라졌다. 엔씨소프트 주가가 70만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5월 11일(69만9,000원) 이후 약 15개월 만이다.
블소2는 2012년 출시해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컴퓨터(PC)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의 후속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게임 마무리 작업도 차질을 빚으면서 게임 출시가 지연됐다. 엔씨소프트에겐 2019년 출시한 '리니지2M' 이후 2년 만에 선보인 야심작이다. 그만큼 블소2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사전예약자 수도 746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신작 출시 후 이용자들은 "그래픽 등 게임 완성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 "과금 모델이 '리니지'와 판박이이다" 등의 비판을 내놓고 있다. 올해 초 이미 리니지 이용자들은 리니지M의 노골적인 과금 모델에 강한 불만 제기와 함께 트럭시위, 불매운동 등을 펼친 바 있다. 이후 리니지M은 출시 후 수년째 지켰던 매출 1위 자리마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에게 내줬다. 블소2 역시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7위에 그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뒤늦게 이용자들에게 지적됐던 블소2 내 과금 모델 일부를 개편한다고 밝혔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리니지W'로 린저씨 마음 돌릴 수 있을까
리니지를 포함해 엔씨소프트 게임의 대부분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다. MMORPG의 특징은 캐릭터 레벨 상승을 위해 이용자들끼리 경쟁하는 데 있다. 리니지에선 매월 수천만 원을 투자해야 이용자 순위 유지가 가능할 만큼 경쟁 또한 치열하다. 하지만 이용자 층이 제한적이란 점은 최대 약점이다. 게임 이용자 상위 1%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충성 고객들의 이탈은 엔씨소프트의 전체 매출에 치명적이다.
업계의 시선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마지막이란 각오'로 제작 중인 '리니지W'로 향하고 있다. 리니지W는 24년간 이어진 리니지 시리즈를 집대성하는 마지막 작품으로 연내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트릭스터M'과 8월에 선보인 '블소2'에 이어 리니지W까지 실패할 경우 엔씨소프트 위기는 현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각에선 엔씨소프트가 '아타리 쇼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77년 세계 최초로 가정용 콘솔 게임기를 만들고, '스페이스 인베이더', '팩맨' 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게임업체 아타리는 저품질, 미완성 게임을 잇따라 내놓았다가 1983년에만 5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가져왔다. 결국 아타리는 이듬해 분할 매각됐고, 후폭풍이 미국 게임업계로 확산하면서 다수의 게임 개발사들까지 문을 닫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리니지W의 성과가 내년 이익 추정치의 상향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변수"라며 "앞으로의 주가 반등은 리니지W 흥행의 가시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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