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크루즈, 혈세 투입? '농산물가공장' 담보 대출
뒤늦게 사실 파악한 울릉군 "담보 해제하라" 통보
여객선사 "다른 물건 찾아 대체"...뒤늦게 수습나서
돈 빌려 준 포항수협에는? '부실 대출 심사'? 의혹
울릉크루즈㈜가 세금으로 지어진 농산물가공공장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기업이 공익시설물을 담보로 선박 운영자금 45억 원을 대출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울릉군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대출을 승인한 포항수산업협동조합(포항수협)엔 부실 대출 심사 의혹이 제기된다.
29일 경북 울릉군과 포항수협, 울릉크루즈 등에 따르면 울릉 A영농조합은 이달 초 군으로부터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기 위해 제공한 담보를 되돌려놓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영농조합 대표이사 B씨가 지난 7월 15일 또 다른 대표이사로 있는 울릉크루즈의 운영 자금 45억 원을 포항수협에서 빌리는 과정에서 정부 보조를 받아 지은 농산물 가공공장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사실을 울릉군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울릉크루즈는 포항-울릉 항로에 대형 카페리를 운항할 예정이다.
A영농조합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18억 원을 받아 울릉군 북면에 부지 4,959㎡를 확보하고 산채나물 가공공장(1,777㎡)과 홍보전시관 (324㎡) 등을 지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5조3항(재산 처분의 제한)은 ‘보조사업자가 보조사업을 완료한 후에도 중앙관서 장의 승인 없이 보조금의 교부 목적에 위배되는 용도에 사용하거나 담보 제공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A영농조합은 포항수협에 대출을 신청하면서 보조금법에 따른 승인 요구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울릉크루즈는 산채나물을 가공하는 영농조합과 법인 성격이나 사업 목적이 전혀 다르다"며 "농식품부에 승인을 요청했더라도 담보 제공을 인정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군은 A영농조합이 담보를 해제하지 않을 경우 정부 보조금을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법인 대표가 군의 통보를 따르겠다고 해 기다리고 있다”며 “이행하지 않으면 환수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울릉크루즈 대표이자 영농조합 대표 B씨는 “정부 보조를 받았지만 시간이 오래돼 담보 제공이 가능한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울릉크루즈는 담보를 대체할 다른 물건을 찾고 있다.
영농조합이 즉각 결자해지 방침을 내놓으면서 이번엔 포항수협의 부실한 대출 심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A영농조합의 농산물 가공공장은 준공식 때 울릉군수와 울릉군의회 의장은 물론 울릉경찰서장까지 참석했을 정도로 울릉군이 자랑하는 공장이다. 이 때문에 B씨가 여객선사를 차려 공장을 담보로 운영자금을 빌린다고 하자, 울릉지역에는 '정부 자금이 투입돼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에 포항수협 관계자는 “대출 심사 때 담보 물건의 설정 관계만 살펴볼 뿐 정부 보조금 투입 여부까지 확인하지 않는다”면서도 “울릉군의 담보 해제 통보 사실 여부 등을 확인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울릉크루즈는 전북 군산과 중국 스다오항을 오가는 뉴씨다오펄호를 월 5억원에 임차해 다음달 16일부터 포항과 울릉간 항로에 운항할 계획이다. 1만1,515톤급 뉴씨다오펄호는 여객 1,200명과 화물 7,500톤을 동시 수송할 수 있다. 이 배는 최대 20노트(38㎞) 속력으로 포항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를 출발해 울릉도 사동항까지 6시간30분 만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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