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달린 법엔 '신중', 언론중재법은 '폭주'… 민주당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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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달린 법엔 '신중', 언론중재법은 '폭주'… 민주당의 두 얼굴

입력
2021.08.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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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제정시 '기업 입증 책임'에 소극적
제조물책임법에 비해 입증 책임 전환 강도 커

성재호(왼쪽부터) 방송기자연합회장, 김동훈 기자협회장,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변철호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이 27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에서 '언론현업 5단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5개 단체는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를 예고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대표적 독소조항은 '고의·중과실 추정'이다. 개정안은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 등에 대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같은 요건에 해당한다면 피고인 언론이 '특정인을 공격할 의도를 갖고 보도한 게 아니다'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황정근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민사법 원칙에 비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대로라면 언론은 정부나 기업이 보도 내용을 부인할 경우 보도가 사실임을 입증하기 위해 제보자나 취재원을 공개해야 할 상황에 놓일 공산이 크다.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으로 통용돼온 '취재원 보호'가 위협받으면서 언론의 취재를 크게 제약할 수 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가 "언론이 정치·경제 권력 비판 보도에 소극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엔 찬성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조차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 삭제를 주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민주당은 "언론에 비해 정보가 적은 시민의 피해구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명분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태도는 올해 초 산업재해 발생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회사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논의 때와 배치된다. 정의당은 심의 과정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회사가 최대 10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되, '고의·중과실이 아니다'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회사 행위와 중대재해 간 인과 관계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기에 입증 책임을 피고(회사)로 넘기자는 주장이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논리와 같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제정시 민주당은 입증 책임 전환에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민변 전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가 "정작 도입해야 할 곳(중대재해)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던 그들이 높은 수준의 입증 책임이 필요한 곳(언론)에는 입증 책임을 전환하려고 한다"며 민주당을 직격한 이유였다.

아울러 법조계에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가 가짜뉴스 피해에 대한 '구제'보다 언론에 대한 '규제' 목적이 더 큰 게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 제조물책임법 등 19개 타 법률과 비교해 유독 규제 강도가 큰 탓이다.

일례로 제조물책임법에는 제조물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원고의 입증 책임을 '경감'하는 의미다. 언론중재법처럼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을 3가지 제시하고 원고의 입증 책임을 아예 없애버린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질적 문제는 물리적 혹은 경제적으로 타인에 피해를 입힌 행위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지 않으면서, 그걸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5배 책임을 물리는 것"이라며 "사내 성폭행을 은폐하는 회사는 은폐 행위 자체에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험이 없지만, 언론사는 그 위험을 부담하고 보도해야 한다. 이는 사회 감시 기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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