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신작 만화 '사망유희' 출간
'둘리 아빠'가 돌아왔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 '둘리'를 만들어낸 만화가 김수정(70) 작가가 신작 만화 '사망유희'를 들고 다시 독자를 찾았다. 그간 애니메이션 제작과 아동소설 창작 등의 활동을 해 오긴 했지만 만화를 다시 그리는 것은 2001년 스포츠서울에 연재됐던 '작은 악마 동동' 이후 20년 만이다.
1975년 한국일보 신인 공모전에 '폭우'로 입선하며 데뷔한 작가는 1980년대 날카롭던 검열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아기 공룡 '둘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둘리'는 원작 만화 인기에 힘입어 TV시리즈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오늘날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로 꼽힌다.
한동안 캐나다에서 생활하던 작가는 지난해 5월 한국에 돌아온 뒤 신작 만화 작업에 착수했다. 신작 '사망유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변이다. '어둠의 느와르', '귀신되기 잘했다', '장밋빛 인생', '너 죽으면 어디로 갈거나'까지 삶과 죽음에 대한 4편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뤄진 만화다.
태블릿을 쓸 줄 모르는 탓에 연필과 펜, 물을 듬뿍 묻힌 붓으로 한 컷, 한 컷 완성했다. 작가는 "세월과 함께 투박해진 손으로 그리는 만화는 '삐끕(B급)'이 제격"이라며 '삐끕만화'라는 설명을 달았다. 그러나 "이유 없는 죽음이란 없다. 네가 와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돌아보지 마라. 억울해 하지 마라. 네가 가는 곳은, 네가 온 곳이다"라는 만화 속 대사에서 알 수 있듯 가벼운 웃음 안에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이 묻어난다. 아동학대와 같은 비극적 사회 현실 역시 만화 안에 녹아들어 있다.
신작과 함께 2000년 스포츠서울에 연재됐던 만화 '작은악마 동동'도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1980년대 '소년경향'에 연재됐던 '아리아리 동동'이 출발인 작품으로, 사전심의와 편집부의 간섭 등으로 연재가 중단됐고 이후 여러 번 연재처가 바뀌어야 했던 비운의 만화다. 김 작가는 "작가의 미련과 짙은 아쉬움 때문에" 만화가 나오게 됐다면서도 "작가의 어떤 만화보다 각 캐릭터들의 표정과 감정을 살리려 애쓴 만화인 만큼 캐릭터 디자이너나 개그만화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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